로컬 이상의 로컬 숍, Tender Loving Empire
포틀랜드를 여행하고 돌아갈 때, 조악하지 않고 뻔하지 않은 기념품을 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미국 북서부를 상징하는 상상의 괴물 빅풋(big foot)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제품, 포틀랜드라는 ‘힙’한 도시를 내세우는 티셔츠와 머그컵조차 마냥 똑같이 찍어낸 공산품처럼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 발견한 가게에 들어가 작은 연필 하나를 집더라도 이 연필이 어디서 어떻게 생산되고 포틀랜드의 어떤 아티스트가, 왜, 무슨 생각으로 이런 디자인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듣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러면 그 작은 연필 하나가 비록 만원이 넘는다고 해도, “왜 이렇게 비싸요?”하고 묻는 대신(게다가 비싸지도 않다) 그에 합당한 가격표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 지속가능성의 철학과 노력에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 지불하게 된다.
포틀랜드는 그런 도시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일상 생활의 작은 물건 하나 하나까지 스며들어 있는 곳. 로컬 아티스트와 로컬 디자이너들을 서포트하고 그들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도록 문을 활짝 열어둔 숍은 생각보다 많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텐더 러빙 엠파이어(TLE)는 포틀랜드에서 꽤 흔한 숍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저희 이외에 많은 숍들이 이렇게 로컬 아티스트, 수공예 장인, 뮤지션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건 아주 긍정적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문화가 더 뻗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희는 그러한 숍 모두를 아주 좋아합니다!"
텐더 러빙 엠파이어를 만든 (역시 아티스트이며 수공예 디자이너인) 자레드와 브리안 커플은 포틀랜드가 미국 내에서 ‘지속가능성의 도시’로 태동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2006년, LA에서 포틀랜드로 이주해 왔다. “우리는 아티스트 친구들과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커뮤니티를 찾고 있는 중이었어요. 포틀랜드는 저희가 원하는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을 갖추고 있는 곳이었죠. 짧은 시간 안에 우리는 능력이 출중한 뮤지션, 화가, 주얼리 디자이너, 도예가, 괴짜, 공상가들과 친구가 되었고, 그들의 이름을 어딘가 새겨넣고 싶었어요.” 포틀랜드에 정착한 그 이듬해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담은 아주 작은 숍을 오픈했고 지금은 포틀랜드 전역 5개의 매장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중이다.
포틀랜드에서 ‘흔해진’ 숍의 선두주자라는 것 이외에, TLE를 흔하지 않게 만드는 점이라면 그들이 직접 음반사 Tender Loving Empire Records를 운영하고, 만화책을 출판하며, 인하우스 프로덕트 라인- 유아복, 캐주얼 의류, 아웃도어 의류와 액세서리, 편지와 관련한 액세서리(그렇다, 이메일이 아닌 손편지 말이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레드)는 뮤지션이고, 항상 뮤지션 친구들과 일하며 그들의 꿈을 현실화 시키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친구들의 프로젝트를 CD로 직접 굽고 꾸며서 공연에서 “당신이 원하는 만큼만 내”라고 써붙여 팔곤 했죠. 지금 저희 레이블에서는 지난 12년 간 100여 장의 레코드를 만들어 전세계로 판매하고 있지만 사실 그 기획은 이렇게 간단한 희망으로부터 비롯된 거예요.”
그러나 예술은 결코 지역적 함의로 가둘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포틀랜드와 오레건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그들에게 ‘로컬',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일까. “저희에게 지속가능성이란 환경과 관련한 용어라기보다, 지금 당장은 까다롭지만 훨씬 멋진 미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일들을 하고자 하는 공간이나 단체들을 정의하는 용어예요. 어떤 일을 결정할 때는 그 결정이 미칠 영향력, 고용인, 예술가, 고객,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그리고 환경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해요. 그 영향력이 큰 이윤을 내겠다는 생각보다 더 중요하기도 하고요.” 현재 TLE와 함께 하는 예술가는 300명이 넘고, 이곳을 거쳐간 예술가는 2천명이 넘는다. 그리고 이 중 많은 수가 생계를 위한 직장을 떠나 오롯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게 됐다. 그렇게 ‘로컬' 아티스트를 지원한 ‘로컬’ 숍은 글로벌하게 뻗어나가는 아티스트를 응원하고, 그들의 성과는 세계를 돌아, 포틀랜드에 있는 아티스트, 포틀랜드에 있는 숍, 그리고 포틀랜드라는 도시에 오롯이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저희는 독특함, 스토리, 그리고 휴머니티가 예술 속으로 스며들기를 바라고, 이것이 전 세계로 확장되기를 희망합니다. 지난 12년간 이렇게 작은 가게가 현재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제국(Tender loving empire)’ 된 것처럼요.”
<에스로우S'low> 매거진을 위해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