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체향은 이불 냄새

by 해와


-혼자 아플래. 혼자.



덜 아파서 한 농담이 아니라, 많이 아팠기 때문에 한 진담이었다.

아플 때는 혼자이고 싶다. 혼자여도 서럽지 않으니 가엽게 여기지 않아도 괜찮다.

이마를 짚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약 때문에 밥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도 슬프지 않다.

누군가의 간호는 내가 양껏 앓을 수 없게 해. 큰기침도 못하고, 큰숨을 쉬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바람기 많은 감기는 순정파일 것처럼 눌어붙었다가

낯선이를 만나면 금세 옮겨가니까. 아프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아프게 만드니까.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발끝이 나오지는 않게.

그리고 이불 속 어둠을 흑칠판 삼아 집합을 그렸다.

큰 동그라미는 A, 그리고 A가 품은 작은 동그라미는 B.

나는 A라는 방에 안긴 B가 되어 내집합이 되어 있었다.

안 그래도 작은방에, 더 작은방을 만들어 나와 감기를 가뒀다.

이렇게 꼭 껴안고 있으면 감기는 갑갑해서 금방 떠나고 싶겠지.



웅크리고 있다가, 문득 내 체향은 이불 냄새일 거란 생각을 했다.

이불 속에는 어떤 조향사라도 똑같이 만들 수 없는 편안한 향이 있다.

뒤척일 때마다 은은하게 퍼지는 향을 맡으면 감기약을 퍼뜨리는 기분이다.

수면제를 먹지 않아도 잠이 잘 오고, 해열제를 먹지 않아도 열이 내릴 것 같은 향.

왠지 이불을 걷어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말짱하게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KakaoTalk_20210112_014204123.jpg 그림, 내친구 오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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