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신부 이리디아 양의 대학교 동기이자 15년 지기 친구인 김승혜입니다. 다정하고 사려 깊은 친구 리디아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신랑 신부에 대한 애정이 저보다 더 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결혼식에서 제일 울 것 같지 않은 사람’으로 축사를 부탁받았기에, 하객 여러분을 대표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리디아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리디아, 너가 살면서 개 기뻤을 때가 언제야?” 그때 리디아는 “1번,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할 때. 2번, 가족들과 노래 부를 때. 3번, 남자친구랑 유치한 장난칠 때.”라고 대답했습니다. 느닷없는 질문에 마치 준비라도 해 두었던 것처럼 소박하고 구체적인 상황들을 이야기하기에 사실 저는 좀 놀랐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오랜 친구 리디아의 기쁨 포인트 1, 2, 3번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을 곁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작년 시월의 마지막 밤, 전주시 모처 막걸리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 저는 리디아와 남자친구의 전주 여행에 깍두기로 끼어 있었습니다. (철이 없었죠, 전주가 좋아서 커플 여행에 따라갔다는 것 자체가.)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시월의 마지막 밤> 행사는 ‘리디아와 가족들이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아 기타 치며 노래하는 여름방학’ 그리고 ‘이 씨 남매가 눈곱도 안 뗀 채 관절 꺾기를 하며 투닥거리는 주말 아침’의 21세기 버전입니다. 지금까지 리디아가 겪어왔고, 또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은 가장 순수하고 거짓 없는 행복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시월의 마지막 밤에 함께 노래 부르고 장난치며 즐거워하는 리디아와 남자친구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정말 잘 맞는 한 쌍이구나’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들 새로운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겠구나’ 하고요. 리디아는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뚜렷하게 아는 사람이고, 남자친구도 리디아를 잘 이해해 주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니까요.
이제 리디아의 새로운 가족과 친구가 될 분들께 말씀드리건대, 저는 리디아가 여러분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리디아는 언제나 여러분을 아끼고 감사하게 여길 거예요. 15년간 제가 보아 온 리디아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저의 소중한 친구 리디아를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