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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나 Apr 26. 2021

읽다 울려버린 결혼식 축사

안녕하세요. 저는 신부 이리디아 양의 대학교 동기이자 15년 지기 친구인 김승혜입니다. 다정하고 사려 깊은 친구 리디아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신랑 신부에 대한 애정이 저보다 더 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결혼식에서 제일 울 것 같지 않은 사람’으로 축사를 부탁받았기에, 하객 여러분을 대표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리디아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리디아, 너가 살면서 개 기뻤을 때가 언제야?” 그때 리디아는 “1번, 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할 때. 2번, 가족들과 노래 부를 때. 3번, 남자친구랑 유치한 장난칠 때.”라고  대답했습니다. 느닷없는 질문에 마치 준비라도 해 두었던 것처럼 소박하고 구체적인 상황들을 이야기하기에 사실 저는 좀 놀랐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제 오랜 친구 리디아의 기쁨 포인트 1, 2, 3번이 동시에 일어나는 순간을 곁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작년 시월의 마지막 밤, 전주시 모처 막걸리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때 저는 리디아와 남자친구의 전주 여행에 깍두기로 끼어 있었습니다. (철이 없었죠, 전주가 좋아서 커플 여행에 따라갔다는 것 자체가.)
 
부연해서 설명하자면 <시월의 마지막 밤> 행사는 ‘리디아와 가족들이 모닥불 근처에 둘러앉아 기타 치며 노래하는 여름방학’ 그리고 ‘이 씨 남매가 눈곱도 안 뗀 채 관절 꺾기를 하며 투닥거리는 주말 아침’의 21세기 버전입니다. 지금까지 리디아가 겪어왔고, 또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은 가장 순수하고 거짓 없는 행복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시월의 마지막 밤에 함께 노래 부르고 장난치며 즐거워하는 리디아와 남자친구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두 사람은 정말 잘 맞는 한 쌍이구나’ 그리고 ‘두 사람이 만들 새로운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겠구나’ 하고요. 리디아는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뚜렷하게 아는 사람이고, 남자친구도 리디아를 잘 이해해 주고 함께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니까요.  
 
이제 리디아의 새로운 가족과 친구가 될 분들께 말씀드리건대, 저는 리디아가 여러분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 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리디아는 언제나 여러분을 아끼고 감사하게 여길 거예요. 15년간 제가 보아 온 리디아는 그런 사람입니다. 이제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저의 소중한 친구 리디아를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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