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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은도 Jun 03. 2022

리스와 욕구불만

나의 소원은...

[그리고 언제든 다시 사랑에 빠질 것이다.              

비록 다시 이런 글을 쓸 만큼의 흑역사를 제조하게 될 지라도.]

 

지난 글을 이렇게 마무리했었지. 물론  그대로 열심히 흑역사를 제조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항상 조금 망설여지는 걸까. 입수 전 살짝 발가락을 찔러 수온 체크를 해보 , 훈훈히 열이 오르도록 준비 운동을 하듯, 다음 남자 이야기 전에 내가 아직 소개팅 앱을 켜기 ,  일 년 전의 평온하게 썩어가던 나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오늘 문득 뒷산 산책을 하다 일 년  똑같이 뒷산을 산책할  자주 들었던 노래가 랜덤 플레이됐다. 그게 그때의 기분과 생각들을 데려왔다. 이혼하고 다시 남자를 만날 수나 있을까 이런 노말 한 생각들은 전에도 언급했지만 미처, 아니 고의적으로 빠뜨린 생각이 있었다.

 

 당시 여느 때처럼 뒷산을 오르며 햇살이 찬란히 부서지는 봄날의 초록숲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소원은 파워 섹스야.’

 

깨달음을 얻은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치 듯 친구에게 전화를 걸 내 소원이 파워 섹스임을 천명했다. 난 뭔가 소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원하는 것에 닿지 못하는 반복된 경험으로 습관적 좌절이 몸에 밴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니 믿어도 좋다. 난 내가 바라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날만큼은 명료하게 내가 원하는 것이 떠오른 것이다.


이 명쾌함, 이 단순함! 길지 않은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내 소원.

당시 이 소원이 꽤나 소박하게 느껴졌다. 예쁜 시골집에서 텃밭에 상추를 키우며 살고 싶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낭만적인 소원처럼 당시 이 마음을 꽤나 순수하고 검소하게 간직했다. 하지만 실제 귀촌한 사람들이 겪는 이런저런 고생담들이 나도는 것처럼 나 또한 남자를 만나며 겪은 이런저런 일들을 브런치에 전시하게 될 줄은 일 년 전에는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파워 섹스가 소원이었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이른 더위가 내 광기를 깨우는 것일까.


전남편과 살 때 관계를 자주 갖지 않았었고 그래도 크게 문제로 여기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간절하지 않았는데 다만 이런 생각은 했다.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굉장한, 말 그대로 슈퍼 슈프림 그레이트 한 잠자리를 한 번은 해보고 싶지만 이번 생엔 못하겠 지라는 생각. 전 남편과의 잠자리는 매우 간소 했기에 아무래도 상상만 깊어졌던 듯싶다.

비슷한 생각으로는 죽기 전 한 번만 남자의 빨래판 복근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 바람은 아직도 못 이뤘다. 친구는 헬스장에 가서 몸이 좋은 사람에게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되냐고 물어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방법을 제시해 줬지만 평상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그런 부탁을 하기엔 헬스장은 지나치게 거룩한 장소이고.

복근을 만져볼 수 있는 여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 그래도 뭔가 위안이 된다.


물론 슈퍼 슈프림 그레이트 한 잠자리도 아직은 못 겪은 게 아닌가 싶다. 다만 이제 내 소원은 더 이상 파워 섹스가 아니다. 그처럼 명료한 소원은 없지만, 요즘엔 그저 내 손으로 나 스스로를 더 잘 먹여 살리고 싶다는 바람이 가장 크다. 이건 전혀 명쾌하지 않다. 그래서 이 바람은 굳이 친구에게 전화해서 말하지 않았다.


그래, 이런 남사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놨으니 다음 남자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조차도 전혀 후보로 조차 올려놓지 않았던 엉뚱한 인물.


대학 선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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