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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Apr 05. 2022

16. 나의 생일날

3월…

 3월은 우리 네 가족 중, 세 명의 생일이 모여 있는 축복의 달이다. 하마터면, 둘째 아이의 생일과 내 생일이 같은 날이 되어버릴 뻔했지만, 하혈과 이른 조산기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음에도 아이는 엄마의 생일을 다 챙겨주고 나오고 싶었는지 예정일 보다도 3일을 늦게, 그 3일 동안 작은 몸에 살을 더 붙여서 정상으로 태어나 주었다. 그래서 우리 둘째 아이의 생일은 나의 생일보다 3일이 늦다.

 

 이렇게 1년 중, 내 생일이 우리 가족 중 가장 먼저 찾아온다. 어렸을 때는 3월 초에 있는 내 생일이 참 싫었다. 새 학년에 올라가 친구들을 미쳐 사귀기도 전에 생일이 오니, 생일잔치에 부를 수 있는 친구가 몇 없었다. 자연스럽게 선물도 많이 받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내 생일은 항상 흐지부지 지나가 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내 생일이 가족 중 가장 먼저라 다행이다. 왠지 우리 집에서 1년 중 가장 먼저 오는 생일이라 조금 더 챙김 받지 않을까 하는 나의 착각일 수도 있겠다.  친정 부모님도 늘 기억하지 못하는 내 생일을 항상 가장 먼저 기억해 전화해 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시어머니이다. 서로에게 무덤덤하고, 경조사를 챙기는 것을 사치로 여겼던 친정 식구들과 달리 시댁 식구들은 집안의 경조사를 살뜰하게 챙기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듯하다. 귀찮아도 생일 미역국은 꼭 끓여먹으라는 말씀을 하시며, 전화를 끊었다.


 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나의 생일날 하루는 여전히 그저 그런 날 중의 하루와 다를 바 없다. 어린 시절, 생일이 오기 한 달 전부터 부풀어 기다리던 그런 일은 이제 없다. 세월이 지나며, 생일이라는 날에 대해 나는 점점 더 무뎌졌다. 이제는 가끔 나 자신도 잊어버리는 내 생일을 다른 사람이 일깨워 주기도 한다. 생일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집안을 정리하고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며, 세탁기를 돌린다. 그리고 학교가 끝난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공부를 시키며 잔소리를 하고 건조기에서 다 마른 옷을 꺼내어 정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위한 저녁 밥상을 차린다. 아이들의 저녁으로는 첫째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소고기 미역국'을 끓인다.


 저녁 식사 후,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케이크에 꽂은 촛불을 불어 끄자 아이가 빨간 봉투를 내민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손 편지와 그림, 그리고 꼬깃꼬깃한 용돈 오천 원이 들어있다. 참아왔던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갑자기 흘러내렸다.   


', 내가 태어난 , 너희를 낳기 위해서였구나......! 그래,  반딧불이이고,  연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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