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 키우기와 씨뿌리기
주택으로 이사 후, 나의 관심사는 온통 꽃과 식물이다. 나의 핸드폰 검색창은 온종일 씨앗과 모종 이름으로 가득차 있고, 장바구니는 식물에 필요한 비료와 흙과 영양제로 가득차 있다. 내가 사는 진관동 한옥마을에서 송추방향으로 10분만 차를 타고 가면 '양주화훼꽃시장'이 있다. 이 곳에 이사와서부터 자주 가는 곳이다. 커다란 식물은 일반 소매 매장의 거의 반 가격에 살 수 있다. 평일에는 주로 도매상들이 이용하지만 주말에는 나와 같은 꽃과 식물에 관심있는 개인들도 많이 온다. 한 두개씩 사는 개인들에게는 아주 싼 가격은 아니지만 비교적 저렴하게 모종 또는 꽤 큰 화분들을 구입 할 수 있다. 일산 쪽으로 가면 '원당화훼단지'가 있다. 이곳은 도매상의 도매집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주로 씨앗을 뿌려 직접 모종을 기른다. 그러다보니 집집마다 파는 꽃과 식물의 종류가 정해져있다. 그러다 보니 조금 더 저렴하게 식물을 구입할 수 있다.
꽃 가꾸기는 가성비 최고의 취미이다. 한번은 천원에서 이천원짜리 꽃 모종을 이것 저것 만원어치 사서 마당에 심었다. 화단이 내가 좋아하는 분홍 빛, 보라 빛 꽃으로 가득해 졌다. 아침에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대문을 열고 다시 집에 들어설 때면 꼭 화단을 쳐다보고 오늘은 꽃이 몇개가 더 폈나 살펴본다. 그리고 어제보다 몇 개 더 핀 꽃을 발견하고 행복해 한다. 이 돈으로 간식을 사먹었거나 티셔츠 하나를 샀더라면, 내가 이렇게 까지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분을 사는 가격이 비싸다면, 월동이 되는 숙근 식물을 사다가 이렇게 땅에 심으면 된다. 다음해 봄이 되어 땅 속에서 파릇파릇한 새순이 다시 돋아나는 모습을 보며, 또 다시 행복해 질 수 있다. 일년이 지난 모종은 지난해 보다 더 크고 튼튼한 모습으로 자라난다. 땅속에 있었지만 겨우내 땅 속의 영양분을 잔뜩 빨아들여 자기 자신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원을 가꾼지 한 해가 가고 두 해째 지나다 보니 나름의 요령도 생긴다. 뜨거운 한 여름에도 꽃이 지지 않고 잘 자라는 아름다운 꽃을 가진 '란타나' 나, 꽃이 오래 피고 지며 겨울을 날 수 있는 '나비바늘꽃(가우라)' 등을 주로 심게 된다. 그리고 찬바람이 부는 11월에 다른 꽃들이 다 지고 나면 연분홍 꽃으로 피어나는 '청화쑥부쟁이' 또한 효자 식물이다. 또한 한번 심으면 여러해 동안 잘 자라나는 백합과 구근 식물들이 나와 같은 정원 초보자들에게는 제격이다.
모종을 사다가 키우다 보니, 처음에는 적은 돈으로 도매상에서 예쁜 꽃을 잔뜩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했는데, 참 간사하게도 이 돈 마저 아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도 씨앗을 뿌려 모종으로 키워 파는 것인데, 나도 씨앗을 사다가 심어보면 어떨까.씨앗은 모종과 비교도 안 되게 쌌다. 하지만 씨앗을 발아시키는 것은 모종 키우기 보다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여러번 씨앗을 사다가 실패를 하다보면 차라리 모종 키우기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줄기를 잘라 물에 담궜다가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하는 '삽목'도 여러번 실패했다. 나의 인내심의 한계로 뿌리를 내렸나 궁금해 자꾸만 뽑아서 확인해보게 된 덕분이다. 나에게 '식물 세계'로의 진입은 아직도 멀고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