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딘가에 내 진짜 엄마가 있을 거야

엄마를 쓰다 보면 결국은 나를 쓰게 됩니다.

by 다온홍쌤

동생이 또 사고를 쳤다.
새벽, 경찰서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길에서 싸움이 일어났고, 사진관 유리를 발로 차 합의를 봐야 한다는 연락이었다. 자고 있던 나를 다급하게 깨우는 엄마.
“돈 있으면 다 내놔라.”
며칠 전 용돈이라며 쥐여주셨던 지폐까지 다시 챙겨 들고, 엄마는 새벽어둠을 뚫고 경찰서로 달려가셨다.

그 뒷모습을 보며 알았다. 엄마라는 이름은 늘 누군가의 잘못을 수습해야 하는 운명 같은 자리라는 걸.
하지만 그때의 나는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왜 늘 동생만 감싸고, 나는 그저 ‘맏이니까, 딸이니까’라는 이유로 참고 희생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학교 3학년 2학기, 등록을 앞두고 또 한 번의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엄마가 말했다.
“가영아, 한 학기만 휴학해라. 상속세가 갑자기 나와서 학자금이 없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정리되지 못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대학생인 남동생은 그대로 학교를 다니고, 나만 휴학을 하라니. 억울했다.
“남동생이 군대 먼저 가면 되잖아.”
내가 따지듯 말했을 때, 돌아온 건 엄마의 날카로운 말뿐이었다.
“지밖에 모르는 년!”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엄마는 진짜 엄마가 아닐지도 몰라. 어디엔가 나를 더 사랑해 줄 친엄마가 따로 있을 거야.’

사실 그 시절의 엄마들은 아들 편을 드는 게 당연시되던 시대였다. 아빠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는 그 기울어진 저울이 더 심해졌다. 나는 늘 서운했고, 늘 외로웠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빨리 독립해야겠다. 오빠도, 남동생도, 엄마도 다 안 보고 살고 싶다고.

그러나 지금은 안다.
나 역시 두 딸의 엄마가 되고 나서야, 그날 엄마가 내게 “휴학해라”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을지 알 것 같다.
말로는 모질게 내뱉었지만, 그 속에는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절박한 마음이 숨어 있었음을 이제는 이해한다.

그리고 지금의 엄마는 예전의 기억을 다 잃어버리고, 나를 보면 두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신다.
“또 언제 오냐… 사랑한다.”
그 말에 나는 늘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젊은 시절 그렇게 곱고 단단하던 엄마가 이제는 아이처럼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엄마를 만나면 속상한 마음,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래도 오래오래 내 곁에 계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살아계시는 날까지, 더는 눈물 대신 웃음으로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다.

나는 매일 기도한다.
“엄마가 편안하게, 행복하게 남은 생을 보내시게 해 주세요.
부디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의 두 눈에 사랑이 가득 비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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