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결혼을 취소하고 싶었다

서른한 살, 두 아이, 그리고 결심

by 다온홍쌤

엄마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그 일주일을 위해 나는 아이들을 어디에 맡길지 고민했다.
당연히 시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부모님은 안 계신다고 하셨다.
서운했다.
그 서운함을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꺼냈다.
“여보, 그래도 좀…”
그런데 남편의 대답은 내가 기대한 방향이 아니었다.
그는 내 편이 아니라, 부모님 편을 들었다.
그 순간 가슴 한편이 스르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아… 이래서 엄마가 그렇게 반대를 하셨구나.’
결혼하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침묵의 무게
짐을 쌌다.
옷가지를 하나둘 가방에 넣으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시댁에 맡겨둔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웠다.
친정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 같았다.
남편에게서 연락은 없었다.
아내가 집을 나갔는데도,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갔는데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래. 헤어지자. 아이들은 내가 키우면 돼.’
엄마 없는 일주일을 버티며
새벽같이 일어나 샵 문을 열었다.
다섯 살 첫째 손을 잡고 유치원 앞에 세웠다.
“엄마 일 끝나고 데리러 올게.”
돌 지난 둘째는 옆 어린이집 원장님께 사정사정했다.
“낮 동안만이라도… 좀 봐주세요.”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했다.
손님을 응대하면서도 시계를 계속 봤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혹시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엄마가 돌아오실 때까지 일주일.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마치 한 달을 사는 것 같았다.



엄마의 말
드디어 돌아오신 엄마 앞에서,
나는 그동안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사실 엄마와 나는 그렇게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늘 오빠와 남동생이 먼저였다.
딸인 나의 이야기는 늘 뒤로 밀렸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서럽고 억울한 마음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울고 또 울었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애들 다 키워줄 테니,
참지 말고 헤어져.”
그 한마디가
평생 오빠와 남동생 뒤에서 듣지 못했던 그 말이
내게 도착했다.
나는 더 이상 참고 살고 싶지 않았다.
군인 가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틀도,
며느리라는 이름으로 감내해야 했던 부당함도,
무엇보다 나를 지켜주지 않는 사람 곁에서의 외로움도.
그날, 나는 결심했다.
이혼을.
서른한 살,
두 아이의 엄마였던 나는
그렇게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내 편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하지만 결심보다 더 무서운 건… 그 결심 이후의 현실이었다.
나는 이제, 혼자서 두 아이의 세상을 지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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