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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나라 May 22. 2024

이곳에 살고 싶다, 구림한옥마을

전남 영암 일주일살기 프로젝트



사실 '한옥마을'이라고 하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기와지붕을 가진 오래된 고택들이 즐비하고 그 사이사이를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활보하고 있으며 또한 전통 먹거리들을 팔고 있는 곳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 그런 이미지말이다.

사실 처음 구림 한옥마을을 찾았을 때 한옥마을 안에 있으면서도 도대체 한옥마을은 어디지? 라며 두리번거렸다.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 구림 한옥마을 안에 있으면서도 구림 한옥마을을 찾기 위해 핸드폰을 열였을 정도였다. ㅎㅎ


영암 구림 한옥마을은 내가 이미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딱 보기에도 벼슬이라도 하나 부여받았을 법한 품위있는 오래된 소나무들이 무심한 듯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고, 중간 중간 우아한 정자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쉬게 해 주었으며, 문화재인가 싶으면 바로 그 옆에 실제 지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생활집들이 있는 곳, 하정웅 미술관, 도기 박물관 등을 품고 있으며 중간 중간 정말 예쁜 카페들도 숨겨져 있다. 그리고 영암의 트레이드 마크인 월출산이 뒤에 딱 버티고 있으니 구림 한옥 마을 자체 만으로도 하나의 소도시가 완성된 듯 보였다. 길은 또 어떨까. 너무나 깨끗해서 쓰레기 하나, 종이조각 하나 찾아 볼 수가 없다. 또한 길거리에서는 그 흔한 엿가락 하나 파는 곳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

구림 한옥마을에서는 엿가락 하나 입에 물고 한옥과 관광객들을 구경하려는 계획은 포기해야 한다. 그저 진짜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 나도 하루 초대되어 그들의 마을 속으로 잠시 들어가는 것일 뿐이다.


상대포 역사공원

택리지에 국제무역항으로 기록
최대의 도기생산지
최치원, 왕인, 도선 등이 다녀간 국제포구


영암 구림한옥마을 투어는 상대포 역사공원부터 시작하면 좋다.

구림 마을에 들어가는 초입에 위치하고 있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백제로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중국과 일본을 오가는 배들이 드나들던 국제포구이다. 국제무역항인 상대포가 있던 구림리는 도기 생산의 중심지로, 중국과의 교역이 빈번해짐에 따라 도기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로 부상했었다. 일제 강점기의 서호강 간척과 1980년대 진행된 영산강 하굿둑 공사로 물길이 막히면서 지금은 포구로서의 명성을 잃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으로 사람들에게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상대포 역사공원


회사정(會社亭)

구림대동계의 모임장소


 상대포 공원에서 힐링을 하고 바로 구림 한옥 마을로 들어가면 도기 박물관이 보인다. 그 옆에 '회사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영암 구림대동계의 집회장소로서 1646년 박성오·조행립 등이 세웠다. 마을의 귀빈 영접장소이자 경축일 행사장으로도 이용되었으며 1914년 4월 박규상의 주도로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곳이라고도 한다. 한국전쟁 때 불타 주춧돌만 남았던 것을 1986년 복원하였으며,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마루형 구조이다.

회사정은 흔히 보던 정자와는 아예 사이즈부터 달랐다. 마을의 집회 장소로 사용되었으니 크기가 큰 것은 당연하다. 회사정을 둘러싼 나무들이 고고하고 위엄이 있어 정자의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켜주고 있었다.


회사정


구림마을 국사암(국사바위)

고려의 정신적 지주 도선국사 탄생설화와 구림마을에서 태어난 고려초기 왕실의 수호자 최지몽을 모신 낭주 최씨 사당 국암사와 함께 있음


고려의 정신적 지주 도선국사는 낭주 최씨 가문의 한 처녀가 빨래를 하다 떠내려가는 오이를 먹고 아이를 가졌는데 이 아이가 바로 도선국사라고 한다. 이 처녀가 낳은 아이는 바위에 버려졌는데 며칠 뒤 가보니 아이가 비둘기 떼에 둘러싸여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고 한다.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처녀의 부모는 아이를 키우는 것을 허락했고 훗날 고려의 정신적 지주 도선국사가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국사암이라는 표시를 보고 좁은 골목으로 접어들면 낮은 담장을 가진 골목길이 정말 이쁘다. 구림마을의 담벼락은 분홍빛이 감도는 옅은 황토빛을 띄었는데 그 색감이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던 색감이었다. 영암이 황토가 유명하다던데....그래서일까.


국사암으로 가는 길이 너무 이쁘다, 영암군청에서 주신 굿즈 착용(모자, 티셔츠, 에코백, 월출산 인형 마스코트, 모두 이쁘다!)
국사암


국사암, 국암사를 둘러보고 나오면 곧바로 불 수 있는 곳이 이순신 장군 어록비를 만날 수 있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즉 '만약에 호남이 없으면 그대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순신 장군은 실제 1596년 영암을 다녀가셨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 어록비


이곳을 지나면 곧바로 죽립정으로 향하는 길이 나온다. 수령이 이 백년도 더 된 팽나무 두그루가 서있는 사잇길을 조금나 걸어가면 죽림정이 보인다. 죽림정은 조선후기의 정자로 현징이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에 머물면서 지은 정자라고 한다. 이곳 방 안에 이순신 장군의 어록이 쓰인 친필 편지가 걸려 있다는데...방 문이 닫혀 있어 보지는 못했다.


죽림정



간죽정과 죽정서원

조선초기의 문신 박성건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


죽림정을 나와 다시 큰 길을 따라 죽정서원으로 향한다. 죽정서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간죽정이 나를 반긴다. 올라가려니 돌계단이 지나치게 높다.

간죽정은 1479년 관직에서 물러난 박성건이 처의 고향인 영암군 군서면 서구림리 구림 마을에 정착하면서 세운 정자로, 박성건은 간죽정에서 인근의 선비들을 교육하였다고 한다.


간죽정
죽정서원


서원 경내에는 맞배지붕의 사우, 내삼문인 소원문, 강당인 강례당, 간죽정, 화수정, 조양재영당, 조양재영당사적비, 죽정서원 중건사적비, 외삼문, 간죽정 연혁비, 고직사 등이 들어서 있다. 고고하고 우아한 자태가 아름다운 모습이다.


죽정서원을 보고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이동한다. 카페 마실과 하정웅 미술관 창작교육관을 지나 다시 다리를 건너면 하정울 미술관 본관이다. 여기에서 조금 내려가면 정말 멋진 다리가 나온다. 나도 모르게 다리를 건너게 되는 마법~~~! 다리를 건너면 바로 서호사를 만나게 된다.


조종수 가옥

창녕 조씨 문중의 종가


2천200년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전남 영암 구림마을에 종가를 열어 600여년 이어온 창녕조씨 태호공파 태호종가는 영암 구림대동계를 재구성하고 유지 발전시킨 가문이라고 한다.

조종수 가옥은 창녕 조씨 문종의 종가로 조선후기에 건립되었으며 초가 5칸으로 안채, 사랑채, 문간채, 헛간채, 사당 등을 갖추었으나 지금은 안채만이 남아 있다.

조종수 가옥



 영암 구림 대동계 문서

조선 명종 20년 영암 구림리 주민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마을 공동체 조직


구림리는 영암 구림리 주민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마을 공동체 조직으로 일명 구림동계 혹은 서호동계라 부른다고 한다. 구림리는 하나의 마을이 아니라 12개의 자연촌으로 이루어진 광역 마을이며  '구림 대동계 문서'란 계원들이 동계를 운영하면서 기록해 놓은 마을문서이다. 이 문서에는 게원들의 명단, 계원들이 지켜야 할 규칙, 계원들이 합의한 사항을 기록해 놓았다고 한다. 또한 구림 대동계는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해왔는데 그 결과 구림리 일대에 근대 학교를 설립하는ㄷ 크게 기여하였다고 전해진다.


                    


구림 한옥마을 둘러보며 의문이 생겼다. 거대한 잘 꾸며진 세트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여기 과연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거의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정웅 미술관에서 물어보니 실제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큰길에서 조금 들어가면 집들이 꽤 많다고 한다. 실제로 나중에 카페로 찾아가다 보니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다 너무다 깨끗하고 정원도 이쁘게 꾸며져 있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집집마다 무심한 듯 피어난 달맞이 꽃, 양귀비꽃 기타 이름 모를 꽃들이 이쁘게 피어나고 사람의 애뜻한 손길이 닿은 듯 정성껏 꾸며진 정원들도 많이 있어 마치 유럽의 어여쁜 소도시를 보는 듯 했다.


특히 나지막한 기와를 얹은 황토 담장은 정말 최고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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