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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Oct 11. 2024

좋은생각에 글을 실어 장인어른 꿈을 대신 이뤘습니다

글은 삶을 계속 이어준다

벌써 몇 달 전인 것 같다. 출판사를 통해서 '좋은생각'이란 잡지사에서 글을 한편 써달라는 요청이 왔다. 주제는 '위로'였고 고민 없이 쓰겠다는 답메일을 보냈다.


무엇보다 내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잡지였고,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정기 구독까지 할 정도로 애정 하는 곳이기에 이곳에 글을 실은 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다.


장인어른 병세가 악화될 때쯤 꾸준히 나에게 살아온 삶에 관한 글을 보내셨고, 첨삭을 부탁했다. 나는 장인어른께 글이 어느 정도 모이면 '좋은생각'에 투고를 했으면 좋겠다고 씀 드렸다. 안타깝게도 이뤄지지 못했고, 운명처럼 내가 쓸 기회가 생긴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친한 후배가 회사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고 술 한잔하면서 진한 공감과 위로를 나눈 일이 떠올랐다. 과거에 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다정한 성격에 유독 잘 따라 동생처럼 여기며 잘 지냈던 친구였다  


이제는 근무지가 달라져 한동안 보지 못했는데, 우연히 교육에서 만났더니 살이 많이 빠져 반쪽이 다 되었다. 잠시 짬을 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회사에서 부당한 일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냥 두면 안 되겠단 생각에 따로 약속을 잡고 만나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 애썼다.


얼마 뒤에 후배는 큰 결정을 내렸고, 그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 나도 힘껏 응원을 보냈었다. 나야 뭐 그저 들어준 일 밖에 없는데 그래도 힘이 되었다니 오히려 감사했다.


그 경험을 글에 담았다. 쓰면서도 후배 생각이 많이 났었다. 그렇게 정해진 분량을 다 채워 보내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그러던  어제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열어보니 좋은 생각에서 보낸 잡지와 선물이 들어 있었다.

에코백에 건강식품과 칭찬 노트까지 보내 주었다. 글 쓸 장을 마련해 준 것도 고마운데 소중한 선물까지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몰랐다.


얼른 잡지를 열어보았다. 맙소사 내 글이 제일 앞 장에 배치되었다. 제목도 내가 쓴 그대로 '위로의 힘'이었다. 멋들어진 사진과 배치되니 글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아내가 기뻐했다. 아내 또한 장인어른과의 일화를 알기에 생전에 계셨다면 이 소식을 들으면 정말 좋아했어셨겠단 말에 마음 짠했다. 그러게.


그런 의미로 글은 참 이어지고 이어진다란 생각이 들었다. 후배를 만난 일이 글이 되고, 그 글이 장인어른에게까지 닿았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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