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달 전인 것 같다. 출판사를 통해서 '좋은생각'이란 잡지사에서 글을 한편 써달라는 요청이 왔다. 주제는 '위로'였고 고민 없이 쓰겠다는 답메일을 보냈다.
무엇보다 내가 예전부터 좋아했던 잡지였고,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정기 구독까지 할 정도로 애정 하는 곳이기에 이곳에 글을 실은 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다.
장인어른 병세가 악화될 때쯤 꾸준히 나에게 살아온 삶에 관한 글을 보내셨고, 첨삭을 부탁했다. 나는 장인어른께 글이 어느 정도 모이면 '좋은생각'에 투고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다. 안타깝게도 이뤄지지 못했고, 운명처럼 내가 쓸 기회가 생긴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친한 후배가 회사 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고 술 한잔하면서 진한 공감과 위로를 나눈 일이 떠올랐다. 과거에 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다정한 성격에 유독 잘 따라 동생처럼 여기며 잘 지냈던 친구였다
이제는 근무지가 달라져 한동안 보지 못했는데, 우연히 교육에서 만났더니 살이 많이 빠져 반쪽이 다 되었다. 잠시 짬을 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회사에서 부당한 일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냥 두면 안 되겠단 생각에 따로 약속을 잡고 만나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도움을 주려 애썼다.
얼마 뒤에 후배는 큰 결정을 내렸고, 그에게 도움 되는 일이라 나도 힘껏 응원을 보냈었다. 나야 뭐 그저 들어준 일 밖에 없는데 그래도 힘이 되었다니 오히려 감사했다.
그 경험을 글에 담았다. 쓰면서도 후배 생각이 많이 났었다. 그렇게 정해진 분량을 다 채워 보내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그러던 중 어제 소포가 하나 도착했다. 열어보니 좋은 생각에서 보낸 잡지와 선물이 들어 있었다.
에코백에 건강식품과 칭찬 노트까지 보내 주었다. 글 쓸 장을 마련해 준 것도 고마운데 소중한 선물까지 주시다니 몸 둘 바를 몰랐다.
얼른 잡지를 열어보았다. 맙소사 내 글이 제일 앞 장에 배치되었다. 제목도 내가 쓴 그대로 '위로의 힘'이었다. 멋들어진 사진과 배치되니 글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무엇보다 아내가 기뻐했다. 아내 또한 장인어른과의 일화를 알기에 생전에 계셨다면 이 소식을 들으면 정말 좋아했어셨겠단 말에 마음 짠했다. 그러게.
그런 의미로 글은 참 이어지고 이어진다란 생각이 들었다. 후배를 만난 일이 글이 되고, 그 글이 장인어른에게까지 닿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