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줄 안에 내 큰 행복을 모두 담을 수 있을까? 처음 행복일기를 시작하면서 그런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짤막한 글 안에 행복을 담는 일은 그 자체가 행복이었다.
9월의 행복을 요약하면 내 삶이 보였다. 회사에 충실하며 출장길에 틈틈이 짬을 내서 독서하는 시간이 하루의 고정된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매달 독서모임을 위해서 책을 읽어야 하는데 올해 된 선정 도서가 모두 두꺼운 고전이라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틈이 정말 소중했다.
이제는 일상으로 자리 잡은 운동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헬스장에 간다. 하루는 뛰고, 다른 하루는 근육 운동에 집중한다. 9개월 가까이 운동을 꾸준히 했더니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다른 곳에 빠지지 않고 오롯이 운동에 집중하기에 잡생각 하나 들지 않는다. 마음이 복잡할 땐 운동만 한 것이 없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다.
여전히 더운 9월이었지만, 전보다 훨씬 걷기 좋은 날이 되었다. 매일 만 보 걷기로 스스로 약속했는데, 꾸준히 지켜나가고 있다. 맨발 걷기를 한번 시해보곤 그 매력에 빠져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실천하고 있다. 발바닥이 까슬한 느낌은 왠지 살아있다는 증표 같기도 하다.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있는 지인들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제철 꽃게와 대하를 안주 삼아 진하게 한잔했다. 이제는 제법 나이도 있고, 직장에서도 위치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해맑은 소년이 된다. 농담 배틀을 하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 깔깔대며 가정과 사회 속에서 짊어진 무게를 덜어냈다. 이렇게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시간은 행복이 넘쳐나기 마련이다.
9월엔 한주도 빠짐없이 가족 독서모임 강의가 있었다. 저 멀리 원주까지 가서 강의를 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막상 강의가 시작되면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안에서 튀어나온다. 평소보다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에 강의를 하면서도 놀라곤 한다. 이런 내 모습이 나는 참 좋다. 마치 평범한 클라크가 슈퍼맨으로 변신하듯이 내 안의 다른 나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으니.
마지막으로 이번에 '사춘기 아들 갱년기 아빠는 성숙해지는 중입니다'란 출간하고 라디오에 출현하는 영광을 누렸다. 아무 말 대잔치로 끝나 살짝 아쉬웠지만 녹음 부스 안에서 내내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새로운 도전은 삶을 늘 설레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