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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Dec 15. 2024

독서모임 하는 이유, 이래서일까

오목교 북카페 북앤브루에서 진행한 두 번째 독서모임

오목교 북카페 '북앤브루'에서 두 번째 독서모임을 진행했다. 책은 이옥선 작가의 '즐거운 어른'이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더니 내용은 유쾌, 상쾌, 통쾌 그 자체였다. 사전 지식 없이 보았을 땐 작가를 중년 여성 정도로 보았는데, 알고 보니 76세 할머니어서 깜짝 놀랐다. 문체와 주제도 산박하고 인용한 다양한 책들이 내용과 찰떡같이 어우러져 깊이를 더했다.


작가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해보니 3년간 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한 후에는 계속 전업주부로 생활하였고, 에세이스트로 유명한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였다. 보름 만에 6쇄를 찍으며 독자가 꼽은 올 해의 책에도 선정되는 등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었다. 여둘톡이라는 김하나 작가가 진행하는 고민 상담 팟캐스트에도 출현 중이었다. 살짝 들어보았는데 목소리에 강한 힘이 느껴지며 보통 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내용은 작가가 여태까지 살아온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에 관한 지혜를 나눠주었다. 그렇다고 무겁지 않고 그 안에 유머와 해이 가득했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층이 30~40대 여성이라는데 분명 그들 마음을 움직이는 한 방이 있었다. 남자로서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건 독서모임에서 채우면 되었다.


모임 시작 10분 전쯤 카페에 도착했다. 이윽고 회원 한 분씩 차례로 도착했다. 독서모임을 하다 보면 금세 서로 가까워지는데 지난 한 번의 만남으로도 내적 친밀감이 높았다. 차를 주문하고 간단히 근황 토크 이후에 미리 준비한 발제대로 진행을 시작했다.


◆ 발제

· 책을 읽은 전반적인 소감
· 제목이 왜 즐거운 어른일까?
· 인상적이었던 챕터를 고른다면. 그 이유?
·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 나의 노년은 어땠으면 좋을까. 노년에 꿈꾸는 삶이 있는지?

책 읽은 소감에서 초반부에는 몰입도 잘 되고 내용도 즐거웠는데 중반 이후부터 개인적인 일상에 그쳐서 아쉬웠다는 공통 의견이 있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느끼지 못한 작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듯해서 불편했다는 여성 회원의 소감도 다소 놀라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고령임에도 자신 삶을 소신 있게 살아가는 면이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나 역시 작가가 나이 듦을 한탄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겁고 재밌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닮고 싶었다. 제목도 그래서 '즐거운 어른'으로 진 것 같다는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인상적인 챕터는 회원 모두가 달랐다. 현인들의 어두운 과거를 꼬집은 '야. 이노무 자슥들아', 결혼에 대한 현실적 이야기가 담긴 '결혼 생활에 해피엔딩은 없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공감될 '엄마가 되면 비겁해진다', 회원 모두 공감한 '아끼지 않는다' 등등 작가의 에피소드가 우리 모두에게 공감되어 이야기가 즐겁게 퍼졌다.


자연스레 나이 듦, 노년의 삶, 죽음으로 대화가 이어졌다.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늙기 마련인데 그저 죽음에 한발 한발 가까워지며 시간을 보내기보단 작가처럼 노년에도 바쁘고 즐거울 거릴 찾아 살아가고픈 소망으로 각자의 바람을 나눴다. 건강이 받쳐준다면 노년에도 하고픈 것 실컷 하며 살고 싶다. 지금 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나중에 큰 보탬이 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종이에 손글씨로 소감을 작성하며 마무리했다. 어느새 예정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독서모임 너무 즐겁고 좋다."라고 말해준 어느 회원분의 말씀에 어찌나 행복하든지. 독서모임의 참 맛을 알아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기뻤다.

11월, 12월  두 달간 독서모임 시범 운영이 끝났다. 내년엔 1년 간 장기 모임으로 구성해 보기로 했다. 지금보다 회원 몇 분이 더 있으면 좋겠고,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그래도 그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서인지 어느 정도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다.


독서모임 초보 운영자로서 시작할 땐 부담이 많았지만 진행해 보니 나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가만있어도 회원들이 알아서 의견도 잘 나눴고 하나의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다른 이야기로 파생되었다. 그저 한 분의 의견이 많아지면 개입해서 골고루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유도할 뿐이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이 시작된다. 벌써 그 시간이 기다려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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