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으로 시작한 운동이 그 자체로 좋아졌다
별일 없으면 아니 별 일 있어도 어떻게든 운동하러 간다. 나에게 운동공간은 동네 헬스장이다. 처음 1시간 동안 다섯 가지 기구를 돌아가며 한 번에 최대 20번, 3세트 역기를 든다. 마무리는 30분 동안 천국의 계단을 걷거나 러닝머신을 뛴다. 뭉친 근육을 풀고, 씻고 나오면 2시간의 운동이 마무리된다. 가슴, 팔, 어깨, 등, 하체 순서로 5일 간 반복한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7시간을 빼고, 이동시간 포함 일하는 시간이 11시간 정도 되니 남은 6시간 중 2시간을 운동에 투자한다면 과한 것이 아닐까. 그런데도 간다는 건 단순히 운동을 넘어, 삶의 커다란 의미가 있다. 아니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 주변에 아픈 사람이 늘어난다. 글에 담기 힘든 안타까운 일도 연달아 겪었다.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레 기능이 쇠퇴하고 그게 좀 더 일찍 온 사람은 그럴 수 있지 하면서도 나와 대입하길 꺼려한다. 사실 챙겨 먹는 약이 하나 둘 늘어나고, 예전 같지 않은 몸의 상태를 더는 부인할 수 없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운동한다. 보여주는 멋들어진 몸이 아니라 하루하루 쌓여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혹은 덜 아프게 살기 위한 목적이다. 운동은 정직하다. 하는 만큼 좋아지고, 꾀부리면 금세 티가 난다. 되도록 매일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한계치를 넘어선 나를 발견한다.
하다 보니 운동이 재밌다. 늘 앞 뒤에 대상이 있고, 그와 경쟁하며 이기느냐 지느냐의 갈림길에 초조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운동은 혼자만의 싸움이다. 승패는 중요치 않고 그 안에 오롯이 '나'만 존재한다. 거기다 한 스푼 자신감을 더한다. 운동하며 조금씩 달라지는 몸의 변화는 입는 옷에, 일상의 자세에, 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긍정 영향을 미친다.
할 수 있다면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운동을 다니고 싶다. 깊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가능도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저녁 운동으로 정했다. 주말 동안의 과식과 늘어짐은 역기를 들고 땀 흘리며 모두 날려 보내야겠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참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