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족 독서모임도 이제 아빠가 대세

도곡정보문화도서관에서 진행된 '가족 독서모임 만드는 법' 강의

by 실배

여름이 끝으로 향하는 시점에 도곡정보문화도서관에서 가족 독서모임 강의 의뢰가 왔다. 한 달에 한번 총 세 번에 걸쳐 진행되는 강의라 어떻게 구성할까 고민하다가 이론교육, 실습, 피드백 이렇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보았다.


첫 회 강의 때 부푼 기대를 품고 도서관에 도착했다. 5층 문화공간인데 아늑하고, 세련된 멋진 곳이었다. 담당자분이 총 열다섯 가족이 참석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하나 둘 도착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열다섯 가족 모두 아빠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들만 온 가족도 2팀이나 되었다.

해가 지날수록 아빠들이 독서모임 강의에 참여하는 인원이 늘었지만 이렇게 전원 참석은 처음이었다.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내가 더 신났다. 다들 등 떠밀려 온 것이 아니라 관심 있고 직접 독서모임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참여했단다.


이론교육 때는 실제 독서모임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짚고 넘어갔다. 초기엔 구조화가 필요하기에 규칙, 책선정, 운영방법 등 노하우를 대방출했다. 강의를 듣다 궁금한 점은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등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 강의로 진행되었다.

두 번째 회차에는 가족 독서모임 규칙도 직접 작성해 보고, 도서관에서 미리 준비한 그림책을 가지고 직접 실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는 아이들도 모두 참석해서 엄마, 아빠와 함께 책도 읽고, 질문도 하고 답도하는 시간도 가져보았다. 앞에 나와 발표를 할 때도 얼마나 똘망지게 잘하는지.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보는 내내 아빠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이론이 완벽해도 실제 진행해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온 가족이 함께 노력하는 모습에서 옛 추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가족 독서모임은 이 시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시간이 지나고 학원 다니느라 모임 시간 만들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까웠다.


마지막 회차는 3개월 간 진행한 독서모임을 발표하고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를 듣고 보니 가족마다 개성 있게 진행이 잘 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고, 해결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나눠 보았다. 직접 해보면 독서모임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아이들이 기대보다 잘 따라주지 못해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고, 어떻게 읽고 질문을 나눌지 막막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런 장애물도 계속 진행하다 보면 얼마든지 넘을 수 있다.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강의를 마치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를 수 없었다. 앞으로 가족들이 만들어갈 독서모임이 어떨지 상상하니 무척 설렜기 때문이다. 그 원대한 시작에 작은 씨앗 한 알이라도 되었길 바라본다.


담당자분께 인사하고 나오면서 한 뼘 이상 성장한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꾸준히 강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의를 통해 내가 더 배우기 때문이다.


혹여나 내년에도 도곡정보문화도서관에서 강의할 기회가 생긴다면 가족들이 1년간 어떻게 운영했는지 꼭 확인해보고 싶다. 세 달간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도 수고했단 격려를 해주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천안 신방도서관에서 아이와 책으로 소통하는 행복을 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