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트윈스 2025년에 만나요
엘리미네이션 게임
- 시리즈 경기에서 패배하면 탈락하는 게임
올해의 과몰입은 ‘야구’다. 응원팀은 엘지트윈스. 회사업무와 출간 등으로 바쁜 일상이었지만 144경기를 거의 다 챙겨봤다. 하루 전에 끝난 플레이오프 4차전 까지 소회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엘리미네이션 게임(단두대 매치)’일 것 같다. 기간이 긴 페넌트 레이스지만 LG트윈스의 야구는 매일매일이 단두대 매치였다. 적은 점수차에는 금방 역전을 허락했고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도 한순간에 불펜이 무너져내렸다. 작년 디펜딩 챔피언이 맞나 싶을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최종 3위를 지켜낸 게 기적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기는 8월이었다. 기아타이거즈와 1,2위를 다투는 경기였는데 미니 한국시리즈라 불릴 만큼 양팀 간 긴장이 높았다. 시리즈 첫 경기, 2:0으로 앞서가던 LG는 8회초 나성범의 홈런으로 한 순간에 무너진다. 다 이긴 경기라고 생각했던 터라 꽤 흥분한 상태였는데 터지는 타격소리와 함께 바람빠진 풍선처럼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야구가 없는 월요일만 행복한 야구팬’이라는 농담이 진담처럼 느껴지는 온전한 불행이었다.
그럼에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있었는데, 플레이오프 3차전이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을 패한 LG는 3차전을 지면 바로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게임’을 앞두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임찬규 선수가 선발로 등판하여 5.1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안겨줬다. 작년에 통합우승을 하고 성대결절이 올 정도로 말이 많고 방정맞은 이미지지만 벼랑 끝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영웅이 됐다. MVP가 된 임찬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내가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느낌보다 침착하게 던진다. 그 자체가 성장한 것 같다”라고 자평한 뒤 “과거에 실패를 경험한 게 도움이 된 것 같고, 실패를 거듭하면서 뭔가 달라지지 않았다 싶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올해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 팀의 주축이자 베테랑으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감동적이기 까지 하다.
포스트시즌 슬로건처럼 ‘Re:Rise’는 못했지만, 선수들에게 여러모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기호나 취향이 맞는 게 하나도 없는 우리가족의 유일한 공통점이 LG트윈스였고 잠실 야구장을 들락거리면서 가족끼리 추억을 많이 쌓았다. 남편과 소소한 다툼을 한 날에도 저녁 6시30분만 되면 ‘홍창기 출루했다!’라는 말을 건네며 화해를 하고 내향형인 아이도 학교에서 야구를 좋아하는 친구를 찾아내며 사회성을 길러가고 있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만나는 많은 단두대 매치에서 성공하는 마음인 ‘침착하기’를 LG트윈스 구성원들을 통해 얻어간다.
염경엽 감독님 이하 코치, 선수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넵니다. 2025년에 만나요!
ps. 참고로 내년 마킹은 손주영!
** 이미지 출처는 @changki.d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