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잃은 사람들
청담동에서 밀려난 토박이들
<청담동 살아요, 돈은 없지만> 출간 후 다양한 사람들에게 독서 소감을 들었다. 고향 친구들, 독서모임 동료, 회사 동기 등 개인 차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청담동에 대해 알게 되어서 신기하고 그곳에서 얻은 통찰에 대해 신선하고 재밌었다는 의견들이었다. 소위 말하는 부자동네라 진입장벽이 높을 것 같지만 가시광선의 스펙트럼처럼 넓고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어 오히려 진입이 수월하다는 책의 내용은 의외라는 평도 많았다.
청담동은 강남권이지만 삶의 스펙트럼이 넓다보니 외부인의 진입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외지인에 의해 밀려난 원주민도 생각외로 많다. 유럽인들에 의해 말려난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처량한 처지까지는 아니지만 자본과 사회적 시선이 몰리면서 고향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꽤 있다. 이들은 서로를 '청담동 실향민' 이라고 부른다.
청담동 토박이인 모모엄마가 내 책을 내민다. "00엄마, 아니 작가님 싸인해주세요. 이거 완전 제 이야기 잖아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싸인요청하는 그녀는 청담동에서 초,중,고를 나온 청담동 토박이다. 그래서 책이 나오자마자 모모엄마에게 읽고 소감을 들려달라고 했었다. 10년 남짓 이 동네를 산 나와 40년 가까이 이 동네에서 산 모모엄마와의 시야가 많이 다르지 않길 바라며. 다행히 모모엄마는 책에 나온 내용들이 자신의 생각과도 일치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외지인의 시선을 담아서 좀 불안했는데, 다행이에요."
나의 말에 모모엄마는 하회탈처럼 굽었던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결혼 전까지 부모님이 사는 청담동에 살았지만 결혼을 하면서 청담동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로 신혼살림을 차렸다. 아무래도 집세가 비싼 청담동에 벌이가 넉넉지 않은 2030 남녀가 살긴 부담스러웠을 터. 신혼 몇 년만 살다가 친정부모님이 계시는 청담동으로 다시 들어가려고 했지만 그 시점에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한동안 집값이 잦아들길 기대했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녀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이제는 포기했어요. 못 갈 것 같아요."
청담동에 들어가는 걸 이젠 포기했다는 그녀. 주변을 보면 자신같은 토박이보다는 나처럼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중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서도 청담동을 떠나 서울의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청담동 토박이에게도 '청담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사업적으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모모엄마는 다소 평범한 자신이 이 동네에서 밀려난 것에 대해 당연한 현상이라고, 자연 다큐멘터리 성우처럼 담담히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청담은 태생과 직업,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평한 동네일지도 모른다.
책의 본문에 썼던 카멜대표 박강현씨의 이야기처럼 누구든지 주민이 될 수 있는 곳, 그 개방성으로 인해 누군가는 떠나기도 해야하는 곳이 청담이 아닐까.
어쩌면 12월 초에 발생했던 누군가의 가장 권위적인 행동이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 수평적인 곳이 청담이길 바라는, 유토피아적 상상을 해본다.
청담동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 담아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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