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롱 Mar 29. 2024

결혼 10년, 새로운 커플링

엄마 손에 피운 사랑

“엄마 눈 감아봐!”


 드라마를 집중하여 보고 있는 엄마에게 우다다다 달려온 선물이-첫째-는 엄마에게 실눈 뜨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리고 손 내밀어 보세요.”


 열중하던 드라마 시청을 멈추고 아이에게 반응하여 주었다. 눈가에 주름이 잡히도록 꽉 감고 손을 가만히 내밀었다. 엄마의 손가락을 매만지는 손길이 보드랍고 마음을 간질간질하게 만든다. 아이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이 가지만 속으로 씨익 웃으며 동생과 방으로 다시 들어갈 때까지 잠자코 있었다. 그다음은 종이접기 책을 들고 나와 도와달라고 하는데, 뚜껑 달린 상자 접기이다.


 아이들이 다시 방으로 들어간 후 드라마 보기를 잠시 멈추고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봤다. 동생과 인형놀이를 하는데 인형의 집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사달라고 조르지는 못하고 화려한 인형의 집 대신 종이접기 책을 사달라고 얘기했다. 그리고는 인형 집 소품을 종이 접기로 만들고, 작은 과자 상자들을 모아 색종이로 꾸며 만들어 인형의 집을 완성하여 놀았던 기억이 났다. 엄마의 생일이면 색종이로 꽃을 접어 꽃다발을 선물하기도 하고, 간직하고 싶었던 작은 물건들은 색종이로 만든 색색의 상자에 담겨 책상 한 구석에 켜켜이 쌓여 갔다.

 이런 엄마의 종이접기 DNA가 선물이에게도 간 것일까? 유치원 다닐 때부터 유독 종이접기를 좋아하고 야무지게 접어 내는 아이를 보면 내 어린 시절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고는 했다.




" 엄마! 우리가 안내할게. 눈 감고 따라와. 절대 눈 뜨면 안돼~!"


 한참이 지나 다시 나온 아이들은 이번에도 눈을 감으라고 하고 내 양손을 한 명씩 잡아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 자, 이제 눈 떠요!"


어디서 본 건 있었는지 반지를 들고 청혼하는 사람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선물이가 앉은 자리 양 옆은 집안의 모든 인형들이 동원되어 청혼을 지켜보고 있는 들러리가 되어 주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에게 주는 커플 반지라며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니 저절로 웃음이 나며 행복한 기억 저장소에 또 한 장면이 쌓여간다. 이렇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건강하게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엄마아빠에게 주는 커플링 ㅣ 할머니 옥반지, 할아버지 금반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