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9일은 너의 별에서 이 지구별에 온 날.
그리고 2024년 7월 18일은 지구별에서의 임무를 다하고 너의 소풍을 즐기고 너의 별로 간 날.
2022년에 했던 두 가지의 큰 수술이 너에게 무리였을까...
수술을 하고 나서 한동안 계속되는 염증으로 고생을 했던 너에게 난 매일매일 삶은 닭고기를 주었었지.
그 덕에 네가 기운을 차린 듯싶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의 눈빛은 생기를 잃었고 초점도 희미해졌어.
내가 부르는 너의 이름도 잘 듣지 못했고 어느 날부터인가 너의 밤낮이 바뀌더라.
낮엔 많이 자고 밤엔 깨어서 2~3시간을 쉬지 않고 거실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어.
새벽에도 자지 않고 앉지도 않고 종일 돌아다니는 너를 보며
'설마... 치매가 온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어 동물병원의 수의사한테 물어봤더니
치매가 온 것 같다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지.
수의사가 권한 치매약을 우선 먹이기로 하고 너에게 한동안 치매약을 먹였지만
그다지 차도가 있지는 않았어.
배변실수가 너무 잦아졌고 밤낮이 바뀐 너를 돌보느라 기존의 하던 일을 접고 재택근무를 하는 일을
구해서 3년 가까이 집에서 일을 하며 너를 돌봤었어.
치매가 온 너를 돌보는 3년 가까이 깊은 잠을 자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아.
새벽 내내 돌아다니는 너를 진정시키느라 잠 깨는 건 일쑤였고
계속 배변실수를 하는 너를 보며 화가 나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고 때로는 어쩌자고 나 같은
보호자를 만나서 이리 고생하니...라는 자책도 수도 없이 했었지.
주변에서는 품종도 없는 일명 '시고르자브르종'이 주인 잘 만나 호강한다고 했지만
난 너에게 늘 부족한 보호자였던 것 같아.
나에게 있어 노령견은 처음이라 무지한 게 많았고 그 무지함으로 인해 네가 많이 아팠으니까...
너를 돌보느라 나까지 아파버려서 나도 한동안 병원을 전전했었지만 그래도 네가 살아 숨 쉬며 내 옆에
있는 게 좋았어.
가끔은 움직임 없이 아침마다 곤히 잠들어 있는 너의 모습에 놀라서 너의 숨소리를 듣기 위해
조심히 귀를 기울이거나 너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보면 '휴우~숨 쉬고 있구나.'
라는 안도감에 기운이 빠지기도 했어.
하지만 너는 계속 아파했고 그 아픔이 절정을 이루었던 어느 날...
너를 오래 진료를 봐주셔던 수의사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어.
너를 안락사해야 할 것 같다고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멍해지더라.
정말 그래야만 하냐고 재차 물었을 때 그 방법밖에 없다는 말에 난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지.
그런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을 은 한 달도 안 된 어느 날 새벽에
너의 격한 비명소리에 깬 나는 너무 놀라고 말았어.
엄청난 발작을 일으킨 너를 보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나의 무능함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그렇게 고통으로 울부짖는 너를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을 겨우 찾아가 자총지종을 말하고 너에게
진통제라도 놔달라고 했더니 그럴 수가 없다는 수의사 말에 난 아픈 너를 안고 힘없이 집으로 돌아온 나.
너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너의 아픔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난 나를 많이 원망했었다.
결국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자마자 너의 안락사를 권유했던 동물병원에 가서 너를 안락사시켰어.
너에게 있었던 일들을 수의사 선생님한테 말하니
수의사 선생님이 너에게 말했어.
"꼬맹이 이 녀석아, 낮에 아프지 왜 새벽에 아파서 그렇게 고생했어.
내가 더 안 아프게 해 줄 수 있었는데... 꼬맹이 그동안 고생 많았어.."
너를 안락사시키고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하고 온 날.
너의 사망신고를 인터넷으로 하고 너의 물건들을 다 정리하고...
그날 이후로 너와의 시간은 멈춰버렸어.
하지만 너와의 수많은 기억들과 추억들은 여전히 진행중이야.
지금 너의 별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거기서 친구들한테 내 흉만 보지 말고 좋은 이야기도 좀 해주고 그래.
그래야 네 친구들이 지구별에 올 때 사랑받고 예쁨 받을 생각에 기쁘게 오지 않겠니?
나의 첫 노령견이었던 꼬맹아,
오늘도 네가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을 글자로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