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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좋아하지 않았어.

by 보니또글밥상

누가 그랬을까?


개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좋아하고 쌓인 눈밭을 뛰어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말이야.


겨울에 내리는 눈을 좋아하는 나하고는 다르게 너는 겨울에 내리는 눈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어.


매년 하얀 눈이 내릴 때마다 난 너에게 눈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안달이 났었지.


그래서 겨울옷을 입히고 목줄을 하고 너를 눈이 하얗게 내리고 있는 바깥으로 데리고 나가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넌 차가운 눈을 밟는 느낌이 낯설어서인지 아니면 그냥 눈을 밟고 산책하는 게 싫어서였는지


표정에서는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 게 보였어.


그러한 너의 모습을 몇 번 본 이후로는 난 더 이상 너를 억지로 눈산책을 시키지는 않고


대신 눈이 오는 날에는 안고 나가서 너에게 하늘에서 펄펄 내리는 하얀 눈을 보여주었었지.


그럼에도 너의 표정은 귀찮은 게 역력했었고 가끔 한숨을 쉬는 너의 모습에 웃음이 나곤 했어.


눈이 오면 발동하는 나의 취미가 작은 꼬꼬마 눈사람을 만드는 것인데


눈이 유난히도 많이 내렸던 어느 겨울날에 밖에서 작은 꼬꼬마 눈사람을 만들어서 너에게 보여주었어.


거실에 놔둔 작은 꼬꼬마 눈사람과 나를 번갈아 보던 너의 눈빛은 마치


"어이, 거기 여자인간. 이상하게 생긴 저건 뭐야?


먹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장난감도 아닌 것 같은데 좀 치워줄래?"


라는 표정으로 날 보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두었어.


저 사진을 보고 있는 지금은 겨울이고 지난 설연휴 동안에는 눈도 제법 내렸지.


작년 겨울에만 해도 내가 너를 품에 안고서 바깥에 나가 내리는 눈을 살짝 맞게 하고 보게도 해주었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네.


17년 동안 17번의 겨울을 너와 같이 보냈는데 올해 찾아온 겨울은 너 없이 나 혼자 보내고 있어.


너 없이 보내는 겨울의 쓸쓸함이 참 깊게 다가온다.


너의 별 12290718에서는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들 보내고 있니?


네가 사는 별에도 지구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만약 겨울이 있다면 그래서 하얀 눈이 내린다면 거기서는 싫어하지 말고


친구들과 신나게 눈밭에서 뛰어놀고 하얀 눈도 피하지 말고 실컷 맞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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