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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고소한 냄새 나는 발냄새를 맡으며 위로받고 싶다.

by 보니또글밥상



꼬맹아, 오늘 낮에 눈이 갑자기 많이 내렸어.

너의 별에도 지구처럼 눈이 내렸니?


갑가지 궁금해졌고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꼭 네 생각이 나더라.

내가 하도 네 생각을 하니까 너의 별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하늘을 무심코 쳐다보기도 했었지.


눈을 좋아하지도 않던 네 생각이 왜 하필 눈만 오면 생각이 나는 걸까?

그건 그렇고.. 흐음... 오늘 언니한테 좀 힘든 일이 있었거든?


내가 속상한 일이 있으면 널 데리고 산책하면서 그 기분을 훌훌 털어버리곤 했는데

그리고 가끔은 네 옆에 누워서 너의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발바닥을 만지며

너의 고소한 냄새 나는 발냄새를 맡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곤 했는데

이제는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명약이 사라져 버렸네...


오늘도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는 너의 사진들을 보다가 조금은 기운이 있고 건강했을 때의

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발견했어.


그때는 산책을 좋아했던 너였기에 자주 산책을 나갔었지.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미소.


KakaoTalk_20250206_214125493.jpg


혹시 이 사진 기억나니?

네가 태어난 지 한 3~4개월 되었을 때 사진이야.

내가 너한테 보여준 적도 있었는데~^^


딱 봐도 흔히 말하는 "똥개"

지금은 "시고르자브르종"이라고 불리지만 그때는 그냥 너를 다 "똥개"라고 불렀지.


털색은 갈색이고 주둥이는 까맣고 네 발은 하얀 우유에 젖은 듯 하얀 양말을 신었고

흔히 말하는 "똥개"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너만큼 예쁜 아이가 또 있을까 싶었어.


나와 인연이 되어 17년을 함께 한 시간들 동안 너를 통해 위로를 받고 행복했던 시간들이 참 많았지만

오늘은 유독 네가 더 그립다.


참, 오늘 힘든 일도 있었지만 기쁜 일도 있었어.

너와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는데

언니가 브런치 작가에 선정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언니 잘했지?^^

글을 잘 못 쓰는 언니인데 운 좋게 브런치 작가에 선정이 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는데

그건 네 덕이라고 생각해.


없는 글솜씨지만 언니가 너와의 기억들과 추억들을 글로 잘 엮어볼 테니 너도 잘 읽어주길 바라.

너 나한테 말은 안 했지만 지구의 모든 언어를 다 이해하고 알아듣는 거 알거든?


그렇다고 너무 글 못 썼다고 타박은 많이 하지 말기. 알았지?^^

너의 고소한 냄새 나는 발냄새가 너무도 그리운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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