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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생각나는 너의 포즈.

눈이 내리는 날 눈을 맞고 있는 꼬맹이 모습

by 보니또글밥상

오래전에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소설책을 읽은 적이 있었어.


17세기 네덜란드 델프트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그 지역 화가인 요하네스 페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서 영감을 받았고 2003년 동명의 영화로도 영상화되어서 재미있게 봤었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JPG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요하네스 페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포스터였대.


그는 19세 때 이 포스터를 구입하여 16년 동안 자신이 거주하는 곳마다 걸어두었고 슈발리에는 소녀의 얼굴


에 나타난 "모호한 표정'이 그에게 지속적인 인상을 남겼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찾아보게 되었어.


워낙 재미있게 읽는 소설책이었고 영화도 재미있게 봐서인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그림을 나도 좋아하


게 되었지.


그래서 한동안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도 저장을 했었던 적이 있었어.


KakaoTalk_20250207_181817244.jpg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니 네가 이런 포즈와 "응? 언니, 나 불렀어? 왜 불렀는데??"

라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었지.


순간 너의 나를 바라보는 포즈가 마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여주인공처럼 느껴진 거야.

난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이렇게 사진으로 담아두었어.

너의 이 포즈는 꽤 섹시하다고 느끼기도 했었어.


짧디 짧은 다리 하나를 길게 뻗은 모습.

색다를 게 없는 너의 자세인데 난 왜 그렇게 섹시하다고 느꼈을까?


개는 주인을 닮는다고 나처럼 겁 많고 소심한 너.

아마도 난 전혀 섹시한 곳이 없는데 순간 섹시한 느낌을 주는 네가 신기해서 그랬나 봐.

난 이 사진이 너무 예뻐서 주변 사람들한테 보여주었더니 생각보다 반응은 나와 달랐지...ㅎㅎ


보통 반응은


"그래서 이 사진이 뭐?"


"꼬맹이가 취한 포즈가 좀 섹시하지 않아?"


"아니, 전혀!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런데 귀엽기는 하네."


내 눈에만 네가 예뻐 보이고 섹시해 보였나 봐~


그러면 어때. 난 너의 이 세계에서 단 한 명뿐인 보호자인걸!!

나만 너 예뻐하고 사랑했어도 너한텐 충분했을 거야!!(맞지? 제발 맞다고 해줘...)



KakaoTalk_20250207_181710992.jpg


가끔은 이렇게 똘똘한 눈으로 날 쳐다보던 너.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난 너무 예뻐서 어쩔 줄 몰랐어.

나에게 있어 넌 그렇게나 소중하고 예쁜 존재였던 거야.

진주 귀걸이를 한 개.png


그리고 혹시나 해서 픽사베이에서 찾아본 이미지였는데 개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주인공으로 나온 그림이 있더라.


이 그림을 본 순간

네가 이 그림의 주인공이 된 것을 상상했었어.


상상해 보니 꼬맹이 너도 꽤 잘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역시 난 나의 개를 너무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팔불출이었어.


KakaoTalk_20250207_181319556.jpg 눈이 오는 날 눈 맞으러 나간 날


참, 꼬맹아~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눈이 자주 온다는 느낌이 들어.

2023년 눈이 펑펑 내리던 12월의 어느 날.


난 눈이 내리니 당연히 너를 안고 눈구경을 시켜주러 나갔었어.

내가 널 안고 찍은 사진인데 역시나 넌 눈을 좋아하지 않았지.


네 표정을 보면

'아... 이 언니가 또 이러네... 아니, 어쩌자고 자꾸 나를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걸까?'라는

표정.


이 사진에서 눈을 맞고 있는 너에게 있어 그날의 그 눈이 너의 지구별에서의 마지막 눈이 되었지.

오늘 새벽부터 아침까지 눈이 또 많이 내려서 네 생각이 나서 그냥 적어봤어.


지금 언니가 있는 대한민국은 늦은 저녁이야.

네가 살고 있는 너의 별에서도 지구처럼 시간의 개념이 있는지 또 궁금해지네.


다음에 내 꿈에 찾아오거든 언니가 궁금해하는 것들 다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잘 자고 아프지 말고 종종 언니 꿈에 좀 놀러 와! 이 무심한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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