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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수술받으러 가던 날.

캐리어 안에서 긴장하는 너를 보며 나도 긴장했던 시간들.

by 보니또글밥상

꼬맹이, 너 그거 아니?

너의 수술을 결정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었어.


네가 강아지였을 때 너의 몸에서 이상한 것만 내 눈에 띄어도 병원에 갔었는데 그때마다

유난을 떤다는 보호자라는 느낌을 받았었지.


그래서였을까?

나의 무지함도 컸지만 나의 무심함이 너의 병을 키웠던 것 같아.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었고...

너에 대한 안 좋은 소식을 전해 들을까 봐 더욱더 병원을 가지 못했던 것 같아.


그러다가 결국은 병원에 널 데리고 갔더니...

수술비도 만만치 않을 뿐 떠러 상황에 따라 수혈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라.

그리고 네가 수술을 하기엔 너무 노령이고 빈혈수치가 너무 낮아서 수술 도중에 죽을 수도 있다고 했어.


수의사 선생님도 선뜻 수술을 하자고 하시지 않아서 그래서 처음에는 너를 수술시킬 수가 없었지.

하지만 너의 종양은 점점 커져만 가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병원에 갔었어.


그런데 네가 살 운명이었나 봐.

수의사 선생님이 드물게 너의 빈혈수치가 좋아졌다고 하시면서 놀라셨어.

그러면 수술할 수 있다고 해서 난 바로 수술한다고 했지.


하지만 자기네처럼 작은 동물병원에서는 너를 수술할 수가 없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가끔 자신네 병원서 전원을 하는 큰 동물병원이 있다고 하셔서 거기에서 수술을 하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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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너의 수술 날짜가 잡혔어.

수술하기로 한 당일날 잠시 병원 근처 벤치에서 캐리어에 있는 널 잠시 바라봤지.


캐리어에 들어가는 걸 몹시도 싫어하는 너였는데 그날은 별 저항 없이 잘 들어간 네가 신기했었어.

그리고 긴장한 너의 모습을 보니 나도 긴장했었던 시간들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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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하기 전에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하고 너의 수술이 끝나기까지 기다린 시간들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다행스럽게도 너의 수술은 무사하게 잘 끝났어.


너를 수술했던 수의사 선생님이 너의 수술은 잘 끝났지만 완치의 목적이 아니라 증상의 완화가 목적이고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정도 생존할 수 있다고 했어.


그리고 너의 몸에 있는 암이 한순간에 전이가 되면 네가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짧아질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래도 수술 후 마취에서 잘 깨어난 네가 너무 기특했지.


저 사진은 네가 수술하고 병원에서 3일 동안 있다가 집으로 온 날이야.

눈도 점점 하얗게 되어가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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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며칠 지나고 나서는 너도 꽤 기운을 차렸어.

잠에서 깨어 일어나 기기재를 펴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너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은 아팠지만 살았으니까 된 거야.

살아서 내 눈앞에 있으니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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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는 너의 컨디션도 꽤 좋아 보였지.


내가 일하는 방에서 곤히 자던 꼬맹이.


넌 잘 때도 내가 일하는 방에서 자기를 좋아했었어.

다행스럽게도 내가 오후부터 일을 시작해서 저녁 무렵에 끝났기에 오전하고 업무 시작 전에는 너를 충분히 보살필 수가 있었지.


네가 좋아했던 이불들.

너무 낡아서 다 버리려고 했지만 그런 나의 마음을 읽었는지 네가 유독 저 이불들 위에서 자거나 앉거나 누워있기를 좋아해서 결국 버리지 못했었어.


지금 저 이불들을 어떻게 했냐고?

흐음... 네가 지구를 떠난 날... 다 정리해서 버렸어.


너의 물건들을 죄다 정리했는데 너를 데리고 병원에 갈 때마다 사용했던 저 캐리어만은 못 버리겠더라.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저 캐리어는 그냥 가지고 있어...


다른 개를 키울 생각이 전혀 없는데도 왜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매일 너를 자꾸 소환해서 꼬맹이가 귀찮겠다.


하지만 어쩌겠니... 네가 그립고 보고파서 그러는걸...

아마 언니가 지구별을 떠날 때가 돼서야 너를 덜 괴롭히게 될 거야.

착하고 마음 여린 네가 이 언니를 이해해 주렴~^^


너의 별 12297018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야 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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