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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 Aug 21. 2022

동무들 모두 최고!

아씨방 일곱 동무



4학년인 딸, 리아에게는 벌써 5년 지기 친구가 있다. 2018년 이영경 작가님의 그림책 수업에서 만나 “아씨방 일곱 동무” 그림책에 나란히 사인을 받던 리아 친구 S는 그림책 모임으로 인연이 되어 알게 된 선생님의 딸이다.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딸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반가웠는데 일곱 살의 7월 어느 날 아이들도 함께 처음 만나게 되었다. 헤어질 때면 늘 아쉬워하고 만날 때면 세상일 다 잊고 놀이에 집중하는 두 녀석들은 키도, 얼굴 모양도, 피부 톤도, 머리카락도 참 서로를 닮았다. 분명 이목구비는 다른데도 뒤에서 보면 옷 입는 스타일까지 닮아 쌍둥이 같아 보였다. 영혼의 단짝인 걸까? 둘 다 축구를 좋아하고 이야기 짓는 것을 좋아한다. 챔피언에 가면 그 공간은 둘만의 보드 게임 같은 또 다른 세상이 되어 악당인 이메일과 인터넷을 잡기 위해 전사로 변신한다. 여러 스톤을 써서 위기를 탈출하고 둘만의 암호 같은 말들을 섞는다. 음식 주문을 하면 진동벨로 늘 서로 전화 놀이를 하며 지루할 틈이 없는 애들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이번 여름방학엔 두 차례 만남을 가졌는데 아이들의 놀이가 더 정교해지고 어떤 규칙 같은 것이 생기는 게 보였다. 그래서 슬쩍 함께 만나서 노는 것을 보드게임으로 만들어 보거나 이야기로 만드는 게 어떤지 물었더니 글로 써보겠다는 것이다. 마침 점심 후 여름 소나기가 내리고 학원 갈 때까지 두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집으로 데려왔더니 아이들은 문을 닫고 A4 종이를 가져가 쑥덕쑥덕 이야기를 쓴다. 종이가 오가고 서로 오타를 고쳐주기도 하더니 두 시간 동안 6장의 종이를 꽉 채워서 나왔다. 시간을 창조적으로 쓰며 크는 아이들, 어른들이 무얼 말하지 않아도 둘에게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 하얀 종이를 채워나가는 일일 것이다. 언젠가 어른들의 도움 없이도 둘이 서로 약속을 잡아 만나는 날이 올 테고 혹 사춘기가 와서 서로에게 조금 거리가 생기는 날이 오더라도 이렇게 유치원 시절부터 눈부신 유년기를 함께 한 친구가 있다면 살면서 얼마나 든든하고 즐거운 추억이 될까 생각해 본다.



이영경 작가님의 “아씨방 일곱 동무”는 초등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그림책으로 조선 후기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작자 미상의 옛 수필에서 기원하여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규중 부인들이 바느질을 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일곱 가지인 바늘·자·가위·인두·다리미·실·골무가 나와서 서로 자신이 제일이라고 뽐낸다.



그림책 속 빨간 두건 아씨 옆에 뾰로통한 표정들의 일곱 동무는 작은 사람들로 표현되어 인간 사회를 풍자한다. 일곱 동무 중 바느질에 필요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으랴. 하나하나 구구절절 모두가 제일인 건 틀림없고 끝나지 않을 듯한 일곱 동무의 배틀이 이어지다가 결국 고이 잠들었던 빨간 두건 아씨가 단잠에서 깬다.

그런데 아뿔싸! 아씨 역시 자기 사랑이 넘칠 줄이야~

결국 이야기는 지혜로운 꿈의 마법으로 빨간 두건 아씨가 사라진 일곱 동무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마무리된다.

“얘들아, 내가 잘못했구나, 내가 나쁘게 말을 했어. 너희들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하다는 걸 모르고 있었구나. 우리들 중에서 누구 하나라도 없으면 일은 안 되고 말고.”


옷 한 벌 짓는 데에도 각기 다른 역할을 하는 일곱 동무를 포함하여 옷을 짓는 아씨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역할로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오늘도 순조롭게 하루가 지나가듯, 리아와 친구 S가 첫 만남에서 작가님으로부터 들은 이 그림책이 삶에서 좋은 나침반이 되어주면 좋겠다. 상대를 인정해 주는 따뜻한 시선은 기본 셋팅.. 애들아~ 응? 그래, 나부터 잘하자 ^^



아씨방 일곱 동무 | 이영경 글, 그림 |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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