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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리 Oct 17. 2022

호숫가 작은 집의 역사

의미는 만들어가는 자들의 몫

베를린 근처의 호숫가 작은 집은 토머스 하딩 작가의 증조부가 바쁜 도시를 벗어나 주말 별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1927년에 지어졌다. 나치즘의 광풍, 그리고 세계 2차대전을 지나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고 또 그 벽이 허물어질 때까지, 집은 그곳을 찾아와준 인간의 삶을 조용히 품어준 안온한 안식처였지만 쉽지 않았던 100년의 독일 역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숲의 나무처럼, 집은 호숫가 옆에서 이야기를 담으며 흘러온 세월을 고스란히 머금고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토머스 하딩은 2013년 증조부가 지은 이 집을 다시 방문하여 수리하고 교육과 화해의 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알렉산더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새로 문을 열었다고 한다. 비단 독일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백 년을 돌아봐도 못지않은 절절한 이야기들이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터, 알렉산더 하우스같이 잊혀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아픈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역사의 증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숫가 작은 집은 네 가족이 거쳐 갔다.


토머스 하딩의 증조부는 유대계 의사로 아내와 네 아이들은 단란한 한때를 보낸다. 최근 동화책 읽기 모임에서 읽은 ‘동급생’의 한스가 겹쳐 보였던 장면이기도 하다. 평화롭고 고즈넉한 시골의 풍경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았지만 첫 번째 가족은 나치로 인한 도피로 집을 떠나게 된다. 두 번째 가족은 음악을 사랑했다. 피아노와 노랫소리, 아이들이 쌓던 모래성 같은 평온한 일상은 2차 대전의 발발로 다시 흩어진다. 세 번째 가족은 두 번째 가족의 친구로 전쟁과 공포로부터 숨을 곳이 되어 주었고 네 번째 가족은 털 모자를 쓴 남자, 동독의 비밀경찰을 위해 이웃들을 감시하는 사람이었다.

http://alexanderhaus.org​


알렉산더 하우스 사이트에서는 낡고 오래된 호숫가 작은 집의 기록과 영상들을 볼 수 있다. 독일인들의 역사 속 자기반성이 이러한 고증과 연결되는 것 같다. 또한 브리타 테켄트럽의 그림은 호숫가의 풍경과 작은 집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보여준다. 추위와 두려움, 전쟁의 공포를 잠시나마 잊고 서로 손을 맞잡았을 사람들은 이 작은 그림책 속에서 오래도록 숨 쉬며 면지를 가득 채운 호숫가의 잔물결처럼 쉼 없이 흘러갈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그곳에서, 모두가 꿈꾸던 자유와 평화의 상징이 되어서 말이다.


호숫가 작은 집 | 토마스 하딩 | 브리타 테켄드럽 | 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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