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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길 Mar 26. 2022

떨어진 면역력에 새로운 자극을

건강한 삶을 꿈꾸며 쓰는 글

매년 이맘 때쯤이면 꼭 면역력이 떨어진다. 그에 따라 일어나는 신체 증상도 다양한데 갑자기 픽 쓰러지는가 하면, 기관지 관련 병이 오기도 하고, 피부에 무엇이 나기도 한다. 이번엔 종기다. 갑자기 쓸리듯 아픈 느낌이 나서 살펴보니 목 왼쪽 피부에 꽤 큰 종기가 나있었다. 웬만하면 병원을 찾지 않는데, 종기의 크기도 크고 통증이 상당해서 병원을 찾았다. 에너지 넘치는 의사 선생님은 큰 종기가 났다며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처방해주셨다. “조선 시대 왕들이 대부분 종기로 죽었잖아요.”라며 어울리지 않게 해맑은 첨언도 하셨다. 그 해맑음에 나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종기가 난 환자 앞에서 종기때문에 죽은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의사선생님. 블랙 코미디같은 장면이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이런 여유를 주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기존에 먹고 있던 정신과 약이 있는데, 종기 치료약까지 더해지니 아침에만 먹는 약이 열 알이 넘는다. 약기운 탓인지 오늘은 하루종일 미친 듯이 잠이 와 반쯤 눈을 감고 있다.


로빈이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동업자 J는 나만 보면 건강 이야기를 한다. 내가 하는 모양새를 보면 단명이 목표인 사람 같단다.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데다 빈 속에 대용량 커피를 털어넣는 카페인 중독자, 예민한 성정을 가졌고, 니코틴도 좋아하는 흡연자. 그러고 보니 술만 안 마셨지 몸에 안 좋은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다면 내 일상 중 건강을 위한 행동은 하나 없다고 말해도 할말이 없다. 아직까지 젊음을 과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내가 새해 계획으로 세우는 것 중 일순위는 당연 건강이다.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한 후부터 몸과 정신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고, 무엇이든 삶의 기반은 건강을 바탕으로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이러한 마음가짐을 자주 잊거나 미룰 뿐이다.


건강하지 못한 몸엔 여유로운 마음이 없다. 몸이 아프고 체력이 없으니 금세 피곤해지고, 이는 예민함이나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 시기엔 예민함과 무기력이 기본값이다. 조급하고 날카로운 마음과 달리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늘어지니 더 답답하고 조급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즐겁고 새로운 자극을 찾는 것도 이맘 때쯤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취미를 찾는 식인데 올해는 취미 붙일만한 것을 찾기가 영 쉽지 않다. 몇몇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기도 했지만 이내 익숙함을 그리워하다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이제 겨우 스물 여섯인데 벌써 자극에 내성이 생긴 것인지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글을 쓰다 종기를 가만히 만져보았다. 내성이 없는 새로운 치료법이 필요해. 중얼거리다, 치료가 필요없는 건강을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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