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길 May 17. 2022

쓸데없는 사랑

사랑하기 위해 안녕하자고.

마음이 비뚤어졌는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안녕하냐는 말이 안녕하지 않게 들리는 요즘이라서.


열심. 그건 뭘까. 몸과 마음을 다 하고 있는데, 열심히 하고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내놓을 결과가 없다는 것이 부끄러워 말끝을 흐리면, 때때로 열심히 하라는 말이 돌아오곤 한다.


오늘도 나는 살아남았다. 사실 열심히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열심히 차를 피했고, 열심히 물을 마셨고, 열심히 눈을 깜빡였고, 열심히… 또 열심히… 무엇을 했더라…….

분명 입안엔 혓바늘이 잔뜩 돋았는데.


입.

입.

입.


오늘은 부르튼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다.

늘 사랑을 말하는 입술을 가지고 싶다면서 나는 침묵했다. 다짐과 따로 노는 몸뚱이가 부끄러운 오늘이었다.


하루, 또 얼마나 많은 이의 몸과 마음이 죽었을까.

죽어가고 있는 것들을 사랑하자는 시인의 말을 가슴에 새기지 못했다고 쓰다가, 새기지 않았다고 고친다.

그래. 또 내가 게을렀지.

사랑하기 힘든 각박한 세상이라 핑계대기엔 그럼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열심히 사랑하자.

사랑하기 위해 안녕하자.

안녕하기 위해 열심히,


또 쓸데없는 생각을 열심히 했다.

어쩌면 사랑은 쓸데없는 데서 비롯된 것일지도.

쓸데없이 시간은 흐르고,

쓸데없이 살아남은 나는,

쓸데없이 글을 썼다.


쓸데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몽계(夢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