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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몽슈
May 08. 2024
왜, 시골이어야 해 ?
도시 촌놈이었던 내가 시골에 오게된 이유
흙,손일기 2 화
" 왜 ? 시골이어야 해? "
난 도시에서 태어나고 도시에서 자랐다.
7살 부터 편리하게 지어진 아파트에서 살아오던 나에게
어린시절 시골은 즐거운 곳이 아니었다. 불편하고 따분한 곳이었다.
외할머니의 집이 시골이어서, 명절이면 시골의 냇가에서 뛰어 놀고 외삼촌의 하우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오이를 따고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는 일을 했다.
그 숨막히던 하우스에서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파리도 날아다니고, 쪼그리고 앉아야 하는 냄새나는 푸세식 화장실과 밤에는 화장실을 갈 수 없어서 마루에서 쪼그리고 볼일을 봐야하는 것이 나는 정말 싫었다.
한번은 시골의 논 길을 같이 뛰어 놀던 중 자전거를 타던 오빠가 갑자기 사라졌는 데
노란 비닐봉지를 뒤집어 쓰고 올라왔는데, 5살이었던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울면서 엄마에게 뛰어갔다.
나는 그때의 트라우마로 자전거를 무서워했고,
어른이 되서야 자전거를 배웠다.
( 훗날 알고 보니 노란 비닐봉지가 아니라 논에 빠져 흙탕물을 뒤집어 쓴 모습이었다 )
그 기억이었다 . 나에게 시골은 덥고 불편하고 따분하기만 한 곳이었다.
그런 지금 내가 시골에 있다.
친구들이 나에게 물었다
" 시골에서 살면 불편하지 않아? "
" 꼭 시골에서 살아야만 니가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살 수 있는건 아니잖아?"
" 도시에서 정원 가꾸면서 살면 타샤튜더 처럼 살 수 있는거 아니야? "
" 문화생활도 즐길 수 없는데 꼭 시골이어야 해? "
" 왜? 시골이어야 해? "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내가 문화와 예술을 얼마나 즐기고 사랑하는지 잘 알기에
문화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시골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어했다.
나도, 내가 시골에 살 줄 몰랐으니, 친구들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아니다.
왜 ? 시골이어야 했을까.
빨간머리 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 오만과 편견,
그리고 타샤튜더,,
어린 시절 부터 좋아 했던 그녀들의 삶.
그리고 스므살 시절 봤던 빌리지라는 영화에서는 평화롭고 목가적인 삶을 살기 위해
폐쇄적으로 빌리지를 만들어 예전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 영화는 스릴러 영화였지만, 나의 관전 포인트는 옛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나도, 그렇게 옛날 사람들 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영화를 보고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같이 본 친구는 전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했었다.
난 어린 시절 경험했던 따분하고 지루한 시골이 아닌
낭만 가득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삶을 살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파트 앞을 산책하며 햇빛 가득 머금은 나뭇잎을 바라보고,
잡초 사이에 부끄러운 꽃들이 수즙게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바라보고
가만히 누워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숨결을 느낄 때..
그 때 느껴지는 환희와 따스함과 평화로움을
삶의 한 조각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 내가 오해 해서 미안해 "
지금 시골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다.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몰라서 그 속에 있던 진짜 보물들을 많이 놓쳤었던것 같다.
지금 시골을 살고 있기에 느낄 수 있는.
시골이기에 가능한 즐거움과 행복, 그리고 감사함들이 참 많다.
물론 불편한 부분들도 있지만, 지금은 그 불편조차 낭만으로 느껴질 만큼 난 시골의 삶에 푹 빠져있다.
1. 무가 춤추는 댄서의 모습을 하는 것을, 시골의 무밭에서 무를 직접 뽑아보지 않고서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무는 다 예쁘게만 생겼는데 말이다.
정형화된 삶이 아닌, 다채로운 시골의 삶의 모습 같다.
반복되는 삶이 아닌 피는 꽃마다 나의 삶은 변한다.
2. 내 얼굴만 한 대왕민들레 _ 쇠채아재비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시골 곳곳에 쇠채 아재비가 있다. 쇠채아재비를 처음 봤을 때는 대왕 민들레인 줄 알았다.
시골에서 살기에 볼 수 있었던 이 신기한 씨방은, 모양은 컵모양에 가운데가 금빛으로 반짝거려서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다양한 식물의 삶 속에 우리 모두의 다름을 알게 되고, 모두의 삶을 존중하는 삶의 태도 또한 깨닫게 되는 것 같다.
3. 자유롭게 뛰어노는 샬롬이 _ 우리 강아지
우리가 농사를 지을 때면 어느 곳에나 함께 가는 샬롬이, 산을 오를 때도 밭에 갈 때도,
어디든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우리 강아지_ 항상 시골의 길을 뛰어다닐 때면 샬롬이 입가에 미소가 늘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샬롬이 가 늙어서 집에 오래 있을 때 알았다.
강아지조차도 즐겁고 행복한 곳. 그곳이 시골이다.
( 물론 평생을 묶인 채로 온 삶을 살다가 죽는 개들도 시골에는 많이 있다)
엄마 선물 !
4. 자연에서 크는 아이들
사람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아이들로 자라는 아이들, 꽃과 잡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소중히 대할 줄도 아는
아이들을 모습을 볼 때면, 시골에서 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8살이 된 아들은, 아빠를 닮아서 꽃을 볼 때면 항상 " 엄마 선물" 하면서 나에게 내밀고는 한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꽃을 나에게 내밀었다.
고 작은 손에서 갖가지 예쁜 잡초들을 모아 모아 내밀 때면
이 행복이 도시에 살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
자연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그 새로움을 보고 자란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늘 다양한
꿈이 자라난다.
삶의 탄생과 소멸을 바라보며, 아이들은 저절로 그 삶의 이유에 대해 깨달아 가게 된다.
5. 잡초도 꽃이라는 사실을.. 그 잡초 꽃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예쁜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시골에서 살기에 더 잘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잡초라는 것이 도시에도 물론 많이 있지만,
시골엔 더 더 많은데, 그렇기에 그 잡초들을 더 자주 보게 되고
잡초의 아름다움도 더 잘 볼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하나의 시각이 아닌 다채로운 시각을 갖게 되고, 모든 살아가는 것들,
죽어가는 것들에 대해 노래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6. 가지의 꽃을 , 박하의 꽃을.. 블루베리의 꽃을.. 배추의 꽃을..
도라지의 꽃을.. 사과의 꽃을.. 복숭아꽃을..
우리가 마트에서 마주하는 야채와 과일들의 꽃의 모양을 어떻게 알았을까.
당근 꽃도, 전호나물의 꽃도 우리가 알고 있는 레이스 플라워의 꽃과 비슷하고 삼잎국화의 꽃이 노란 겹꽃이고, 원추리의 꽃이 백합과 비슷하게 생겼고, 비슷한 배꽃, 복숭아꽃, 자두꽃이 자세하 보면 다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는 것을.. 시골에 살기 때문에 알게 되었다.
우리는 단지 먹을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그것들이 꽃을 피우는 순간까지 보게 되는 것이 도시에 살면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골에 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것. 그 기쁨
하루하루, 순간순간마다 달라지는 꽃들의 향연에 늘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7. 자연이 주는 그대로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골 밥상.
지천에 널린 잡초들과 산나물, 단순한 요리와 그 요리를 통한 진짜 맛의 즐거움.
그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고, 건강한 밥상을 통하여 삶이 더 건강해짐을 느낄 수가 있다.
거짓 없고 꾸밈없는 맛을 알게 되고, 그 맛에 탐닉하며 만드신 창조주에 대한 섭리를 깨닫게 되고
감사하게 된다. 하나하나 다 다른 맛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 시골의 맛을 알게 되면
몸은 저절로 건강해지고, 생명은 살아나게 된다.
8. 빛나는 모든 순간들을 바라볼 수 있다.
밭에서 앉아서 일을 하면,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서서 볼 때와는 또 다른 모습,
그 빛에 비치는 식물의 잎, 꽃, 그리고 그 밑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빛나는 모든 순간들이 보이면서
삶의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그 빛의 아름다움 속에서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게 되고, 우리의 작음을 깨닫게 되며
그 따스함속에 큰 위로를 받게 된다.
9. 도시보다 조용하고 고요한 시골에서는 , 좀 더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보이는 부분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게 되고
화려한 꽃의 모습도 보지만, 그림자에 어린 그 모습을 보면서 또 삶의 이면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된다.
소로가 왜 자연에서 그런 마음을 울리는 글들을 쓸 수 있었는지를..
자연 속에 있으면 저절로 깨달아지게 된다.
식물을 바라보며 관찰력과 통찰력을 갖게 되고, 깊은 사색을 통해 삶은 더 풍요로워진다.
왜 , 시골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도 있다.
시골에서의 삶은 나에겐 축복이었고,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30년을 살았던 도시에서의 삶보다도
10여 년의 시골에서의 삶 동안 느꼈던 만족과 평온함은 더 깊고도 행복하다.
물론 시골에서도 스마트폰만 하는 날이면, 내 안에는 또 갖가지 불안함과 걱정이 내 안에 소용돌이치기도 한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조급함과 남들보다 더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하지만 , 그것은 또다시 자연으로 돌아와 밭을 매고, 흙을 만지고,
식물에 물을 주고, 꽃을 만지며 그들과 호흡할 때면
그들이 주는 위로를 받으며 내 마음은 다시금 리셋되고는 한다.
그들이 주는 역동적인 생명의 힘을 받으면 근심과 걱정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게 된다.
요즘 카페를 가도, 마트에서 장 보는 부모가 끄는 카트에서도 스마트 폰을 보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의 자연스럽게 흙을 밟고 뛰어놀며 웃는 웃음소리를 들으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싶은 생각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멍 한 표정과 구부정한 목으로 고 작은 기계만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갖가지 생명이 태동하는 흙에 앉아서 풀들을 만지고, 향기를 맡고, 흙을 밟으며 단순하고 작고 소박한 것들에서 기쁨을 찾았으면 좋겠다.
작은 풀꽃에서 꿈을 꾸는 아이들이 되고 , 세상을 품고 사랑하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
시골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골이어야 한다.
한 여름을 화려하게 빛내주는 백일홍
시골에서의 나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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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1일 화요일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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