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좋은 신문이 필요하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읽는 신문은 작은 손으로 펴기 어려운 만큼 작은 머리로는 읽기가 어려웠다. 청년이 되어보니 신문은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고 청년 세대는 신문을 이사할 때나 필요한 완충재로 사용할 만큼 신뢰하지 않았다.
글 밥을 먹고사는 나의 삶에서 신문은 언젠가는 꼭 맞이하고 싶은 지적인 취향이었다.
모든 시장이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는데 누가 종이 신문을 만들겠다고 나설까?
아직 좋은 신문을 만나보지 못한 나이기에 신문의 소멸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내가 구독 중인 폴인이라는 서비스가 그 두려움을 해소해줄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폴인은 사회의 주요한 트렌드를 선정하여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해당 트렌드와 관련된 업계의 실력자들과 관계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이다. 비록 직장인이지만 라스트 팔로워보단 퍼스트 팔로워가 되어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하였는데 지금까지 접한 유료 콘텐츠 플랫폼 중에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폴인의 만족은 감각적이고 피드백이 빠르며 콘텐츠 수준이 높다는 이유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폴인페이퍼와 같이 나와 같은 직장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서비스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러던 중 폴인은 최근 프리미엄 신문인 폴인페이퍼를 제작하여 구독자에게 선물하였다. 폴인의 서비스에서 인기가 좋았던 콘텐츠들을 잘 갈무리하여 정리한 신문이었다.
이렇게 도착한 나의 첫 신문인 폴인페이퍼를 조심스럽게 펴보는데 새 종이책의 비닐 커버를 뜯는 것만큼 흥분되는 순간을 선사했다.
일반 신문보다 고급스러운 질감의 종이에 감각적인 컬러로 인쇄된 커버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광고는 없었고 날씨나 해외 토픽 같은 쓸데없는 사족도 없었다.정말 이 신문은 1면부터 마지막 8면까지의 아티클을 꼼꼼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폴인페이퍼에는 한국 스타트업의 전설이 된 옐로모바일의 비사를 다룬 이야기 (스타트업은 어떻게 유니콘이 되는가 <- 최근 책으로도 출간되었는데 스타트업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정말 일독을 권한다.) 확장보단 본질에 집중하는 한국의 블루보틀 펠트 커피에 대한 이야기 등 흥미로운 아티클이 많았다. 아티클을 전부 읽는데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적절하다고 본다. 창간호이다 보니 다루는 아티클이 조금 한정적이라는 게 아쉬웠지만 글 밥이 너무 많아 읽기를 포기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나는 항상 이런 멋진 종이 신문을 원해왔다.
웹상에서 자극적인 광고에 뒤범벅이 되어있는 뉴스를 보면 내 영혼까지 모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제목에 속보라는 말이 들어가면 믿고 걸러야 할 정도로 기사의 수준은 저급하였다. 그렇다고 기존 종이신문을 구독하자니 그 브랜드가 너무 낡아 타인에게 다른 선입견을 줄까 두려웠고 또 그 신문들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신문은 뉴스를 담고 있다. 뉴스는 새로운 사실을 말하는데 가장 최근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려주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시간적인 새로움이 아니라 이미 있었던 일이고 또 보편적인 것일지라도 가치 있는 것의 발견에서 오는 새로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신문이 우리를 위해 새로워질 수 없다면 우리를 생각하는 신문이 새로 탄생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일지도 모른다.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할 앞으로의 이미지를 멋지게 제공하는 것이다. 책이나 신문 같은 지식 콘텐츠는 때로는 패션과 같아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의 모습과 위치를 그려줄 필요가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이패드로 전자책을 읽는 모습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는 똑똑한 얼리어답터 직장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앞으로는 양질의 아티클이 담긴 고급 종이 신문을 읽는 모습에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는 지식인의 모습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오래전 시간을 사치스럽게 쓸 수 있었던 귀족들만이 책을 읽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읽는 시간을 가진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상징 자본이 될 것이다.
폴인페이퍼를 순식간에 읽고 또 이와 같은 리뷰를 신간을 내어 쓰는 것을 보면
우리는 그동안 읽을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시간을 들여 읽을만한 콘텐츠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폴인페이퍼가 앞으로 나올 새로운 브랜드의 신문들을 대신해 선두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또한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고 고심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백한 시선으로 비춰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