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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Feb 15. 2024

‘하고 싶은 말’ 책 출간 소감

‘하고 싶은 말’


병원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상황을 넘기며 늘 글을 썼습니다. 아쉬움, 불안, 근심, 슬픔, 아침에는 감사하며 시작했다가도 저녁이면 녹초가 되고 밤이면 잠을 못이루고 뒤척이곤 했습니다. 나에게 남은 미래는 무엇일까? 아내에게 남은 추락의 날들은 알면서 살기에는 또 얼마나 우울할까? 그런 감정과 생각에 많은 날들을 하루씩 보냈습니다.


그 무거운 마음을 마치 쇼생크탈출의 땅굴파기 모래를 종아리에 담아 운동시간에 마당에 버리듯 길을 걸으면서 덜어냈습니다. 때로는 모래가 아닌 가슴에 가득 찬 물로 숨을 못쉬어 남몰래 눈물로 버리고 오곤 했습니다. 그런 날에 도움이 된것은 글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과장하여 괴로워하지 말기, 힘든 일에 묻어서 감사한 일 뭉개기 없기 등등.


그 글을 모아 정리하고 우리 아이들과, 또 우리와 비슷한 일상을 사는 분들, 무엇보다 나 스스로 언제고 볼 수 있게 책으로 묶고 싶었습니다. 요즘은 미리 수백권, 수천권 종이로 책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주문제작출판방식, POD 시스템이 있어서 부담없이 책을 만들수있습니다. 참 다행이고 환경보존에도 나쁘지 않고 저자나 출판사에도 부담이나 출혈이 없어서 몇 권째 그렇게 책을 냈습니다.


그런데 교정과 편집을 다 보고나니 너무 페이지가 많아 고민이 되었습니다. 무려 360페이지. 예상못했는데 글을 요약하고 의미를 보충하는 그림이 100편에 해당하는 100개가 들어가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내지를 칼라로 인쇄하다보니 더 그렇습니다. 두 권으로 나누어 내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으나 어차피 두 권값이 더 비싸고 따로 보관하는 게 더 불편하기도 해서 그냥 한 권으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이 책으로 무슨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도 않고 많이 팔리기를 바라지도 않기에 가능한 결정입니다.


그래도 신앙과 일상을 병향하며 사는 내 주변 믿음의 이웃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하는구나. 살다 닥치는 어려움을 이런식으로 해석도 하는구나 조금 참고가 되고 때로 위로나 유익이 되면 좋겠다 바라면서 그렇습니다. 서문과 목차를 소개합니다. 그저 소식을 들어주신다 하는 응원차원에서 책은 사지 않으셔도 읽어주시면 감사하셌습니다.


‘책 시작에 드리는 글’


아주 어릴 때, 채 스물이 되기도 전에 나는 결혼하지 않고 독신수도자로 살고 싶다는 결심을 서서히 키우고 있었다. 무슨 종교적 동기나 대단한 깨달음 같은 건 물론 없었다. 그저 세상이 너무 험하고 사람은 자꾸만 불신을 낳는 상처투성이라는 경험을 하면서 비관과 허무함이 내 이팔청춘을 점령했던 것 같다.


소심해진 내 마음은 점점 자신감이 없어져 하나의 탈출구를 만들고 싶었다. 가정이라는 좀 더 큰 집, 그 속의 배우자나 자녀들을 평생 책임지는 가장이란 너무도 두렵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결혼하지 않고도 이상한 눈초리나 닥달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독신수도자가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의 운명을 모른다. 무슨 대단한 이론과 설계도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도 운명이라는 현실은 어디로 끌고가서 어떤 모습으로 걷게할지 장담을 못하게 한다. 숱한 사람들의 회고록이 그랬고 추억담이 그랬고 노년의 결산이 그랬다.


나는 사랑에 눈먼 콩깍지라는 살짝 달콤한 변명을 하며 아내를 만나 독신수도자의 염원은 까마귀고기 먹은 사람처럼 잊고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아이가 셋이나 달린 어깨 무거운 가장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대로 감당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스스로는 대견했다.


’그럼 그렇지! 내 주제에 무슨 수도자야? 하하!‘ 그렇게 기억 배반과 소원 포기를 서글픈 자조와 함께 받아들이고 흔하디 흔한 보통 인생의 길을 꾸역꾸역 걸어가던 중 운명은 또 다른 프로젝트를 나에게 시작했다


아내의 갑작스런 희귀난치병과 머리만 빼고 온몸이 통나무처럼 바늘로 찔러도 감각이 없고 죽은 나무가지처럼 달려서 덜렁거리는 사지마비가 되어버렸다. 질병 발생 딱 1년만에… 그 후로 집 팔고 가족 생이별하고 병원을 떠돌며 13년을 보조침대에서 쪼그려 자며 아내를 간병했다. 내 인생도 내 과거도 가진 모든 것도 날아 갔고 미래는 없어졌다. 내 꿈도 시간도 공간도 내 것이 아닌 채…


심각한 우울증으로 5년 간격 3번째 치료를 하는 내 망가진 영혼과 정신과 몸은 만신창이 되어갈 무렵 또 문득 내게 느껴진 것이 있었다. 내 것 아닌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딱 수도자의 상태와 너무 닮아있다는 생각.


내 욕심을 앞에 세우고 내 계획과 내 힘으로 살면서 나를 위한 충족과 기쁨 슬픔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독신수도자를 꿈꿀때 그 내용과 닮아 있었다. 그 속에서 보내는 일상이란 자주 질문이고 부탁이고 평안을 구하는 신자의 위치였다.


그렇게 하루하루 묻고 바라는 것들을 소원처럼 빌면서 쌓인 내용들이 백일기도처럼 100편이 되었다. 세상에서 자기 뜻대로 못살고 그럼에도 죽지 않고 사는 사람이 어디 나뿐일까? 세상이란 그렇게 이전에 꿈꾸던 담장에 둘러진 형태는 아니지만 하나의 수도원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종류의 고난과 불행을 딛고 사는 이들은 모두가 한 명 한명의 수도자와 다름 없고, 날마다 신음하듯 부탁하듯 호소하듯 내뱉는 하고 싶은 말들을 성전이 아니라고 기도가 아니라고 못하겠더라. 그 하고 싶은 말이야말로 온몸으로 드리는 기도고 응답을 기다리며 또 내일을 살아가는 것은 순종일거다.


원치 않는 운명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혹시 가진 분들에게 나는 나누고 싶다. 먼저 경험하고 그저 입밖으로 글로 표현했다는 이유로…부디 또 다른 동반자들에게 아주 작은 공감이라도 느껴 위로가 되고 견디는 힘이 된다면 너무 좋겠다.


(종이책과 함께 전자책도 출간했습니다. 종이책의 정가는 좀 비싼 35,000원입니다. 이 가격은 출판사에서 페이지당 정해진 가격기준으로 정하는 것이라 저는 조절을 할 수 없었습니다 ㅠ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가격부담이 정말 낮습니다. 10,000원입니다. 태블릿이나 아이패드, 혹은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보시는 분들은 부담없이 이 전자책, e-book 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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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4.2  맑은고을에서 희망으로 김재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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