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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닥터 이상훈 Sep 26. 2018

농구팀을 위한 변명, 그리고 나아름선수의 4관왕

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치의, 어깨박사 이상훈의 아시안게임 리얼스토리

2018 아시안게임에서 국민들의 여론이 좋지만은 않았던 종목들이 몇 있었다.
농구 국가대표팀 또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종목이었다.

항상 '병역'이라는 민감한 문제가 연결되어 있다 보니, 국민들의 시선이 절대 곱지 않다.


대통령이라도 병역 의혹만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이기 때문에,

스포츠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지도자들이 억울해 하고 안타까와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이번 농구 국가대표팀은, 예정된 스케쥴 외에도 갑자기 생겨난 남북 농구대회 등, 비정상적인 스케쥴을 소화해야 했고, 제대로 된 휴식 없이 아시안 게임에 투입되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의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정확히는 정상적인 몸 상태의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몇 명의 선수들은 일상 보행에서조차 절룩이며 걸어야 했을 정도이다. 게다가 선수촌의 침대가 너무 작다보니, 농구 선수들은 다리가 침대 바깥으로 나온채
새우잠을 자야 했고, 그러다 보니 허리 통증을 달고 살아야 했다.

8강전에서의 결의를 적고 있는 허일영 선수와 허웅 선수


내 경우는 한국 국가 대표팀 전체를 맡고 있다보니, 매일 여러 종목의 팀닥터로 벤치에 들어가서 경기를 함께 하게 된다. 경기를 다 마치고 선수촌에 복귀하면,  저녁 10시가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수촌에 복귀 하자마자 의무실로 뛰어올라가면, 나를 기다리는 많은 선수들이 줄지어 앉아있다.

그런데, 여기에 빠짐 없이 매일 등장하는 선수들이 농구 대표팀 선수들이었다.


한밤중까지 치료 받은 농구 국가대표팀 선수들

전원이 부상자들이다 보니.. 매일 밤 치료실의 단골 손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아픈 치료를 받아도, 어느 누구도 경기에서 좀 빠졌으면 좋겠다거나, 프로팀에서 뛰기 위해서 이번 경기는 좀 쉬고 싶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 모두들 자신이 아파서 팀에 피해를 끼치면 어찌할까 걱정하는 마음 뿐이었다.


모두들 8강전 걱정으로 본인의 부상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득이 선수 일부는 8강전 이전까지는 경기에서 쉬게 하거나 부분적으로만 출전하는것을 권유하였다.


 "너는 예선 3경기, 너는 8강에서, 너는 그냥 다 뛰어"...

이런 식으로 선수들의 출전 순서를 정해줄 수 밖에 없었다.


투지를 불태우던 부상 병동 농구 대표팀은, 8강전에서 강적 필리핀을 만났고, 이들을 이겨내는 투혼을 보여줬다.

너무나 장한 선수들이다.

선수들과 함께 4강전에서 벤치를 지켰다

4강전은 이란 전이었다. 라건아 선수가 센터를 지켜줌으로써 간신히 힘의 승부를 펼칠 수는 있었지만, 이란과이 전력차는 너무나 컸기 때문에, 열번을 싸워도 열번 다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막상 경기를 코트 안에서 본 사람이라면 백프로 나의 의견에 동감하겠지만, 이는 전략이나 전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학생과 대학생의 경기력 차이가 나는 수준이었고 이를 전략의 부재라고 몰아붙일 수 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농구 전문가와 해설위원들의 몫이다.

나는 그보다는 아파하는 선수들이, 자기보다 월등히 신체적으로 우월한 이란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느끼고 있을 고통이 더 신경쓰였다. 경기 내내 초조하게 이들을 지켜보며, 부상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랬다.

앞으로도 한국 농구를 이끌고 갈 소중한 선수들인 만큼 몸과 마음 모두 건강히 유지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아시안게임이 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에서 한국에서는 영웅이 탄생하였다.

바로 사이클의 나아름 선수.

개인도로, 도로 독주, 단체추발, 메디슨 까지... 무려 4관왕에 오르며 금메달 4개를 들어올렸다.

자전거를 타면서 아주 낮은 언덕이라도 올라가본 사람은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다.

나아름 선수가 4관왕을 한 이면에, 그녀의 노력이 어느정도였는지 생각해보면, 존경심이 절로 생길 수 밖에 없다.



이제 아시안 게임은 폐막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마지막 날 야구와 축구 결승전이 열린다. 유종의 미를 거두며 폐막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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