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치의, 어깨박사 이상훈의 아시안게임 리얼스토리
한 밤 중에 입국해서 정신없이 의무실을 정리하느라 새벽 3시 가까이 잤는데도 긴장해서인지 새벼 6시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임원회의까지도 시간이 좀 남아서, 선수촌 입촌 기념 촬영을 해본다..
아시안 게임 기간 내내 임원 회의가 새벽에 열렸는데, 이들 임원들이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어디선가 놀고 있는 것 같지만, 하루종일 선수들이 문제 없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일꾼들이란 말이 딱 어울릴듯 하다.
새벽 임원회의를 마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현지 병원들 답사를 위해서 출발했다.
가능한 모든 의료 장비를 한국에서부터 가지고 왔지만, 여전히 의무실은 수술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응급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하다.
큰 부상이나 질병 또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는 인도네시아 현지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그동안 어깨 수술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필자를 찾아온, 수많은 인도네시아 전문의들을 수련시켜주었는데.. 다행히도....
그들 중 상당 수가 자카르타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통해서 가장 믿을 수 있고 실력있는 병원들을 섭외할 수 있었다.
이들 제자들이 선정해준 병원과 미리 약속을 잡고 직접 답사해보며 한국 선수들을 맡길 만한 병원을 선정하기로 하였다.
자카르타는 교통 체증이 너무 심해서 이동이 매우 불편한데, 다행이 연락된 병원들에서 내게 앰뷸런스를 보내 주어서 ..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막상 자카르타의 병원들을 답사해보니, 예상과 달리 한국의 대학병원급 시설을 가진 훌룽한 병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의사들과도 면담해보니, 지식이 상당한 수준에 있는 의사들이었다.
몇 몇 우수한 병원들과 즉각 MOU를 맺었다.
한국선수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경기장 애뷸런스 후송 , 응급실 최우선 처치, VIP대우를 조건으로 MOU를 맺었다. 인도네시아에서 그동안 나에게 수련받은 제자들이 다방면으로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아시안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고마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MOU는 아시안게임 내내 결정적인 순간에 여러 번 한국 선수단을 구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코치가 경기장에서 쓰러진 순간에도, 선수가 경기 도중 의식을 잃었던 순간에도.. 많은 경우의 위급 상황에서 큰 도움을 주었다.
모든 MOU를 체결하고 선수촌으로 돌아오니, 나에게 진료 받기 위해 의무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이 줄을 서있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정신없이 진료하고 치료하고 나니 한국팀을 위한 입촌세레모니 시간, 그리고 연이어 아시안게임 각국의 팀닥터 전체미팅이 예정되어 있었다.
첫날 부터 너무 시간에 쫓기는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덧 밤이다.
밤에 다시 밀린 환자들을 치료하고 나니 이미 자정이다. 내일 새벽 임원 회의를 위해서 자야 할 시간이다.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면서 하루를 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