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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닥터 이상훈 Sep 25. 2018

카바디 한국 국가대표팀, 꿈과 열정의 청년드라마

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치의, 어깨박사 이상훈의 아시안게임 리얼스토리

대회 초반부터 부상과 통증으로 꾸준히 내 진료를 받아오던 선수들 중 '카바디'라는 종목의 선수들이 제법 있었다.

카바디???   무슨 종목인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너무 비인기 종목이라  ..  종목특성에 대해서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를 한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을 환자로 마주하면서... 점차 그 순수함과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카바디 선수들과 태극기 의무실 앞에서. 너무나 순수한 청년들이다

그래서 어느날 슬쩍 물어봤다.

"한국팀은 지금 어느정도 하고 있니?"

카바디라는 종목 자체가 워낙 생소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예선탈락하는 종목이라 생각하고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예상 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전승으로 4강 진출이 유력해요"


!!!!!!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다른 엄청난 지원과 관심을 한몸에 받는 종목들도 지금 4강 진출에 실패하는 마당에, 카바디라니???


"너희 실업팀 선수들이니?"

그랬더니 또 의외의 답변이 돌아온다.

"우리는 실업팀이 없고, 한국에는 대학 동아리밖에 없어요"


!!!!!!  이것은 또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이냐.

그래서 이날부터 치료가 끝난 후 밤에 혼자 '카바디'라는 종목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카바디는 의외로 '무도(martial art)'에 속하는 종목이었다. 선수들간의 강력한 몸싸움이 일어나는 경기였던 것이다. 그 때부터 이 어리고 순수한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오늘은 이겼니?"  "네!" " 오 축하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계속 나누던 와중에 그들이 볼멘 소리를 한다.


"으.. 원래 스케쥴은 다르게 나와있었는데, 우리만 오전에 경기를 마치고 오후에 다시 준결승전을 치루는 스케쥴로 바뀌었어요"

"뭐라고?? 스케쥴이 일방적으로 한국팀에게 불리하게 바뀐거야?"

"네.. 우린 힘이 없으니까요"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또 뚜껑이 열리고 말았다. 이 순수하고 열정 넘치는 청년들의 꿈에 뭐 하나라도 도움을 줘야 하겠다는 사명감이 갑자기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한국팀의 의무팀은 7명으로 구성되어있다. 1000명의 선수단을 7명이 맡고 있기 때문에, 한명만 빠지면 그 누수가 생각보다 크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서만큼은 예외를 적용시키는 것을 결정하였고, 필자와 수석치료사를 대동하고 직접 한국 카바디 팀의 준결승전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선수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경기장 가는 길 (좌) / 도착해서 테이핑 해주는 장면 (우)

물론 두 명이 동시 지원을 한다고 굉장한 전력의 상승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대한민국이 너희를 이렇게 아낀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사기를 진작시키고 싶었다.


경기 시작 전 테이핑을 해주다 보니, 이들은 지금까지 트레이너도 없었고, 테이핑도 선수들끼리 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테이핑을 잘 해주니 너무 좋다고 한다.

게다가 시상복도 지원받지 못해서 본인들 돈으로 사입었다고 한다.

듣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이들에게 큰 소리로 말해주었다. "아시안 게임 역사상 의무위원장과 수석 치료사가 한 종목에 동시 지원을 나간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너희에게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오늘 한번만 더 이기자. 그러면 결승이다!"


한국 카바디팀의 에이스인 이장군 선수와 함께


이 패기 넘치는 아이들은 큰 환호성으로 대답하였고, 결국 준결승전마저 이겨버리는 기적을 연출해냈다.

누구도 기대하지도 않고, 관심조차 없었던 이 청년들이 은메달을 확보한 순간이었다.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후 승리 세레모니 !


이들은 아무 지원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은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룩하였고, 카바디라는 종목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일등 공신이 되었다.

카바디라는 종목이 비인기 소외종목임에는 분명하지만, 역시 경기장에서 보게 되면 그 재미와 긴장감이 상상을 초월한다. 한번쯤은 경기를 직관할 기회가 있다면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들 청년들은 지금도 내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너무도 순수한 꿈과 열정만으로 이루어낸 쾌거. 이들의 앞날을 축복해본다!!




이 즈음에는 슬슬 종목들이 예선을 통과하고 8강 토너먼트를 들어가는 시점이었다.

금메달이 유력한 남녀 핸드볼 팀이라던가, 남자 농구팀 선수들은 전원이 부상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상태로 경기들을 뛰고 있었다.

핸드볼 국가대표팀 김선화 선수

이제 한종목씩 마무리가 되어가면서, 새로운 종목들이 결승전을 향해 대 항해를 시작하고 있었다.

모두들 힘들고 아프면서도, 팀을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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