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치의, 어깨박사 이상훈의 아시안게임 리얼스토리
아시안 게임은 어느덧 중반을 향하고 있었다.
아쉬웠던 순간, 멋진 순간들을 모두 함께 하면서, 대한민국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끊임 없는 노력의 나날이 계속 되고 있었다.
대표 선수들의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유독 높았기 때문에, 과거 국제 대회에 비해서 의무실을 찾아오는 숫자가 2배 이상 늘어나면서 의무팀의 피로도가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하게 되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상황에 의한 설사 질환이 겹치면서 의무팀의 피로도가 한계상황까지 치솟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또한 간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장 의무 지원만큼은 지속해야 한다는 마음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7명의 의무팀 단원들의 노력과 열정은 결국 선수들의 좋은 결과로 되돌아갈 것이기에, 충분히 보람있는 일이라고 서로를 격려하며 매일매일을 버텨냈다.
국내 스포츠의 현실을 돌아보면, 4대 프로종목인 야구-축구-농구-배구를 제외하면, 엄밀히 모두 비인기 종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기업의 후원이 있는 일부종목과 올림픽 금메달 이력이 있는 종목들은 그래도 큰 대회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만, 그나마도 아닌 종목들은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게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금전적 지원마저 부족한 소외종목들은... 대표선수들을 바로 옆에서 치료해주고 도와줄 트레이너조차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혹은 트레이너가 있다 하더라도 비정기적으로 근무하다 보니, 선수들은 시합 전후의 몸푸는 방법이나 쿨다운 방법, 스트레칭 방법 조차도 모른채로, 특별한 준비 없이 그냥 시합에 임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된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대표팀 팀닥터로서 해야 할 주요 의무는 바로 이 비인기 종목들의 의무지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비인기 종목이라는 것이 결코 재미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비인기 종목들의 가능성을 많이 본 대회였다.
그 중에서도 소프트 볼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보고 싶다.
소프트볼은 여자 종목만 있는데, 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다가 제외된 종목이다. 그러나,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다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즉, 집중 육성 종목으로 투자해볼만한 종목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야구와의 차이점을 정리해보면
1) 공이 더 크다
2) 구장 자체가 좀더 작다
3) 투수는 언더스로로만 던져야 하고, 꼭 팔을 한바퀴 돌린 후 던져야 한다
4) 주자 리드는 허용되지 않는다.
5) 7이닝 경기이다.
원래부터 필자는 프로야구팀의 수석 팀닥터로 오랜 시간 활동해오면서, KBO 육성위원과 의무이사직을 맡아 왔기 때문에 .. 의사이면서 야구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소프트 볼 선수들은 전혀 남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학원스포츠의 느낌이 물씬 나는 여성들의 꿈과 희망이 담긴 스포츠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다 갖추고 있는 스포츠가 바로 소프트볼이다.
일본의 인기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가 그린 만화인 '슬로우 스텝'
여학생들의 소프트볼에 대한 열정과 드라마를
만화로 그려냈다.
소프트볼이 유명 만화의 소재로 쓰일 만큼,
일본에서는 소프트볼의 저변이 넓고 많은 여학생들이 소프트볼을 즐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현재도 미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강한 소프트볼 강국이다.
이와 별도로, 막상 소포트볼 경기를 직관해보면, 야구만큼 재밌는 경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의 여학생들이 마껏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의외로 적다는 사실을 고려해본다면,
소프트볼을 여학생들의 스포츠로 널리 장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번 생각해본다.
우리 소프트 볼 국가대표 선수들은 비록 이번에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그 패기와 노력은 정말 인정해 줄만 하였다.
이번 아시안 게임 시작 전부터 이미 부상이 많아서 필자의 진료실에서 자주 보던 선수들이었을 뿐 아니라,
박수연 선수는 경기도중 공에 맞아서 입술 주위가 크게 찢어져서, 급히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여서 응급수술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선수는 바로 다음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필자의 진료실을 찾아온 선수들 중에는 어깨 통증으로 공조차 제대로 못던지는 선수들도 있었다.
이들을 치료해서 억지로 마운드에 올라가게 하기도 하였다. 여린 여성의 몸으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들은 충분히 멋지고 자랑스러웠다.
비록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는 원하는 성적을 얻지는 못했지만, 조금만 소프트볼에 대해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지원을 받는다면 충분히 아시아에서만큼은 일본과 함께 양강 구도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대회 중반에 접어들면서 세계의 스포츠 인사들이 아시안게임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 맞추어서 한국팀은 '한국인의 밤'을 개최하면서 많은 스포츠 유명인사들을 초청하였다.
이 행사를 조금 설명해보자면, 이번 아시안게임 대회기간 동안 한국팀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서 '코리안 하우스'라는 행사장을 마련하였다. 이 곳은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K-pop 공연을 하는 등 한국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였다.
이번 한국인의 밤 행사에는 아시아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도 참석하였고, 대한체육회장도 참석하면서,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의 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다른 사람에게 쏠렸는데...
바로 손연재 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였다.
이번에 후배 리듬체조 선수들의 경기를 해설하는 방송위원 자격으로 자카르타에 와있었다.
한국인의 밤에 초대 받아서 한국팀의 사기를 높이고자 하였다.
아직 반 이상이 남은 만큼, 대한민국 대표팀을 위해서 모두 다같이 파이팅을 외쳐보았다.
대회는 열기를 더해가고 클라이막스를 향해가는 시기이다.
경기장과 선수촌 모두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있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 밤마다 열리는 공연과 파티도 이에 맞물려 분위기가 고조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