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선수들의 주치의, 어깨박사 이상훈의 아시안게임 리얼스토리
대회 첫 날에 펜싱 경기장에서 너무 혼신의 힘을 쏟은 탓에 다른 경기들의 상황을 파악할 여력이 없었다.
그런데 1일 차에 큰 부상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한민국에 가장 먼저 금메달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던 우슈의 서희주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어이쿠! 하필 내가 신경써주지 못하던 종목이었다.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슈라는 종목은 과거 '쿵푸'로 알려져 있는 종목이다.
우슈는 크게 자세를 보는 '투로'경기와, 실제 대련을 하는 '산타'경기로 나뉜다.
중국이 종주국인 무술민 만큼, 중국이 가장 잘하고, 텃세 또한 강한 종목이다.
우슈 중에서도 투로 종목이 더 인기가 많은데..
투로라는 경기가 자세만을 취하고 직접 싸우지 않기 때문에, 부상이 없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기계 체조같은 고난도의 도약과 착지가 필요한 스포츠여서 부상률이 아주 높은 종목이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이하성 선수의 연기를 한번 봐보자.
위 동영상에서 보다시피, 착지할 때 약간의 실수만 있어도 인대 정도 끊어지는 것은 쉬울 수 있는 종목이 우슈이기도 하다.
서희주 선수는 실력 뿐 아니라 미모 때문에 이번에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외모로 유명해진 것은 맞지만..사실은 2015년과 2017년 연이어 세계 선수권 금메달을 딴 세계 최고의 우슈 선수이다.
그러나,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의 관심과 언론 노출은 서희주 선수 입장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수준이었다.
과거 세계 선수권 대회 우승 때에는 언론에서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고,
그러다 보니 이러한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익숙하지 않았다.
우슈는 올림픽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우슈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아시안 게임이 가장 큰 대회이다.
이 큰 대회를 앞두고 ....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집중적인 언론의 관심...
게다가 대회 공연 순서를 뽑았는데 서희주 선수는 하필 모든 선수들 중 가장 먼저 공연하게 되는 1번을 뽑았다....
옆친데 덮친 격으로.. 당일 시합이 원래 11시 시작이었는데 갑자기 10시로 당겨졌다.
1번 뽑은것 만으로도 심적으로 초조한데... 시간까지 앞당겨졌고,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어마어마한 부담감까지..
마음이 조급해지면, 위험한 동작에서 부상을 당할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확한 동작을 차분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들이 겹치면서, 서희주 선수에게 불리한 상황들이 겹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부상의 확률도 급격히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번으로 경기해야 한다는 조급함 .. 그리고 지나친 기대로 인한 부담감, 앞당겨진 시간 때문에.. 제대로 몸풀 시간 조차 사라져버린 상황... 조급한 마음으로 연습하면서 시행한 점프 동작에서 서둘러 자세를 취하다가, 무릎이 꺽이고 말았다. 급격한 통증으로 발을 디디기 힘들었고, 결국 감독님과 상의 후 첫 종목은 기권하기로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날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왔다.
무릎 촉진을 해보니, 최소 십자인대 파열이다.
바로 반기부스를 하고 인도네시아 MOU 협력병원을 통해서 MRI를 촬영하였다.
결과는 전십자인대 완전파열. 수술적 치료가 필수인 파열이었다.
같이 상의해서 남은 잔여경기도 모두 기권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국에 귀국해서 십자인대 재건술 수술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너무 안타까왔다. 미리 이 종목에 내가 팀닥터로 나가 있었다면, 조금 더 마인드 컨트롤에 도움을 줄 여러 방법들은 간구할 수 있었을 것을..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이렇듯 대회가 한번 시작하면 모든 부상과 모든 질병이 다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최대한 그 부상 확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온 힘을 다해 수단 방법을 불문하고 발생확률을
낮추어야만 한다.
꼭 내가 현장에 없더라도 현장에 파견되어서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많은 스포츠 전문의들을 어서 양성해야 하겠다는 사명감을 많이 느낀 하루였다.
* 어쨌든 결과적으로 2018.9.25 현재 서희주 선수는 수술이 잘 끝나서 현재 순조롭게 재활중이다.
4년 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꼭 금메달을 따보자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