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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뗄라 Mar 03. 2021

#35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35 4장의 편지와 함께

결국 퇴사한 무용과 출신 마케터, 이제는 자치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는 막내 사원,

또또 퇴사한, 그리고 내 마음대로 끄적이는 문화예술과 무용


원래 지하철에서 글 쓰지 않는데, 오늘은 지금이 아니면 영영 쓰지 않을 것 같아 타자를 치고 있다.


짧지만 강렬한 또 하나의 여행이 끝이 났다.

1년 7개월 간의 세 번째 직장을 퇴사했다.


왠지 모를 마음에 눈물이 왈칵했다.

내 스스로에게 마음 정리할 시간이 주어졌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한다.

이 또한 경험이고, 깨달음이라-


선물과 편지들보다 따뜻한 포옹이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물론 지금의 헤어짐이 영영 오랜 헤어짐이 아니겠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런 것 같다.


인파에 쌓여 있다 한 숨 돌릴 수 있을 때, 내 왼쪽 주머니에 있는 편지를 읽었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퇴근 전, 쥐어진 편지.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내려 갈 때마다 이 생각이 맴돌았다.

‘나는 역시 틀리지 않았어.’


나는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았을 거라 믿었다.


그 편지에는 내가 처음 봐왔던 그 분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유의 따뜻함과 쓴소리가.


사실 어쩌면 지금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을 지 모른다.

나를 위해 내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내가 차마 할 수 없다며, 외면해왔기에.

불안한 나에게 꼭 필요했던 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세상 달콤한 소리를 듣기 좋아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그게 아니였으리.

2021년의 나를 위해. 앞으로의 삶을 위해.


걱정도 되고, 떨리고, 불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 이 편지가 와닿았던 것 같다.


차마 지하철에서 엉엉 울 순 없어 집에 와서 다시 한참을 읽어보았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것 같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알고 있었지만, 외면했던 나의 모습들을 마주한 느낌? 과장한다면, 벌거벗은 느낌?


내가 이 곳을 선택한 이유, 1년 7개월가량 함께 한 이유가

그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는데, 이제는 완벽하게 맞는 것 같다.


얼마 전,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후배가 참 많이 컸고, 이제는 나도 후배의 고민을 들어 줄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삼 놀랍고, 신기했고, 어색했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고,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항상 정답을 알려주었으면 할 때도 있다. 세상에 정답은 없겠지만.


그런데 편지를 읽으며 깨달았다.

그 분도 살아가며 배우고, 나 역시 살아가며 배우고 있다는 것을.

나 역시 내가 살아가며 배운 것을 잘 전달해줄 수도 있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아직 이룬 것이 없다고 슬픔에 빠져만 있지 않고, 그 안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하고, 느끼고, 전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앞으로의 나를 믿고, 앞으로의 나에게 오늘의 일과 편지를 다짐하며, 또 새로운 여행을 떠나야겠다.

지금의 선택이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 지 모르니, 더 재밌게 느끼며, 불안보다는 즐겨봐야겠다.


모두, 감사했습니다. 정말.


보고계시지요?

글을 다 보고 계셨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내색하시지 않아 부끄럽습니다.

저만의 해우소 같은 곳이었는데, 막상 들킨 것 같네요-


섭섭하지 않아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분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많이 존경해요.

짧은 시간 동안 업무적으로나, 인간적으로 많이 배웠습니다.

그것을 제 것으로 만들어야 할텐데요..


이 곳에 발을 들이겠다고 생각한 것이,

오롯이 00님이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전 정말 그랬고, 지금도 그 마음과 생각은 변함없습니다.

다시 그 순간이 되어 선택을 할 때도, 그럴 것이거든요.


전, 틀리지 않았네요.

오랜 시간 함께하면 좋았을련만, 이리 갑자기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한없이 어리고 여린 저를

보듬어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

또 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어요!


힘들 때, 종종 생각날 것 같네요-


이제 아쉬움은 뒤로 한 채 제 길을 가려고 합니다만,

늘 그랬던 것처럼 저는 엄청나게 연락할 것 같습니다.

오래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감사했습니다.

감사했다는 말에 다 담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아쉽네요.


조만간, 날 좋은 날,

술 한 잔 꼭 해요!


그리고 저 역시 항상 응원합니다!

전 늘 1호 팬이니까요-


저를 통해

영향력 있는 사람이심을,

좋은 사람이심을,

또 한 번 느끼셨음 합니다.


(그리고 제 방에 예쁜 그림들이 가득 차 있어요! 쥐그림들이네요 대부분!)


- 오늘 하루만 열심히 우는 것으로

*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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