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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령 Aug 19. 2022

또? 확진? 코로나 대환장 기록

이 글은 열흘 동안의 이야기로 실화다.


등장인물
아버지(요양병원에 입원 중)
큰아들(기혼. 아내도 기저질환 있음)
큰딸(기혼. 맞벌이부부)
작은 딸(기혼. 주말부부)

1일, 아버지 입원.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요양병원에 입원 중, 며칠 설사가 반복되었다. 종합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기로 했다. 작은 딸이 언제나처럼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갈 때 환자와 보호자가 각자 다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모두 음성이었다.


2일, 검사 결과.

검사 결과 아버지는 담낭염이라 했다. 며칠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작은딸은 응급실에 있다가 겨우 병실이 나서 가봤더니 너무 좁았다. 좁아도 일단 거기 있다가 좀 넓은 병실이 나면 다시 옮기기로 했다.


3일, 큰아들 조기퇴근.

큰아들은 며칠 동안 컨디션이 안 좋았다. 걱정이 되어 매일 자가 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했다. 늘 음성이었다. 기저질환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입원한 병원에서 급히 필요한 물건은 큰아들이 전해주었다. 나머지는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는 대로 다음날 전해주기로 했다.


4일, 큰오빠 확진.

 아침 일찍 코로나 검사를 위해 병원에 큰아들은 신속항원검사 결과 양성~. 그의 아내는 이미 3월에 확진되어 완치된 적 있었다. 당시 자택에서 격리 중 수칙을 철저히 지켜 가족 간 전파가 없었던 경험을 떠올려 남편의 격리를 위한 준비를 했다.

웬 떡밥이냐 싶겠지만 쟤는 확실한 전복죽임당~^^
구조물을 이용~ 땅바닥에 두지않고 창으로 비대면 배식.

작은 딸은 조금 넓은 병실옮길 수 있었다.

그리고 주말이라 귀가한 작은딸의 남편이 큰아들네에 들렀다. 병원에 가져갈 물건 때문이다. 큰아들의 아내는 소독한 물건을 문밖에 두고 비대면으로 전달했다.


5일,  아버지 확진.

병원에 입원 중인데...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입원했는데... 확진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음압병실로 옮겨 치료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거동을 못 하시니 보호자가 같이 가서 간병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음압병실에 간병인이 같이 있다는 사실은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병원에서는 해당 상황에 맞는 간병인이 있다고 했다. 딸이 전화를 해봤다. 간병비가 하루 20만 원이 넘으나(식대 별도) 사람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들어갈 사람이 없어서... 당연히 누가 들어가려고 하겠나 싶었다.


부지불식 중에 작은딸이 음압병실에 들어갔다. 출입은 통제되었고 물도 배달해서 사 먹어야 했다. 반입할 물건은 비닐포장으로 밀봉해 전달한다고 했다.

간병비는 잠시 접어두고 지금은 돈을 쓸때다.

 오빠와 언니는 무조건 동생을 그 병실에서 나오게 애를 써보지만 간병인을 구하지 못했다. 이윽고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작은딸은 딸려 들어갔다.


6일, 간병인을 구하다.

주말을 보낸 작은딸의 남편은 그의 아내가 퇴원할 때 입을 옷을 챙겨 큰 아들네에 비대면으로 전달해주고(언제가 될지 몰라서) 다시 직장으로 떠났다.(음압병실에서 나올 때는 입고 들어간 옷을 못 입고 나온다)


한편, 음압병실은 공기를 빼내는 소음이 부엌 후드의 10배 이상, 에어컨 가동 불가, 방호복 착용, 출입 불가. 확진자도 아닌 채 음압병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작은딸은 정신이 반쯤 나갈 것 같았단다. 시끄럽고 덥고 무섭고...

그래서 큰딸은 동생이 쓸 귀마개, 부채 등을 챙겼다. 그러는 사이, 정말 감사하게도 간병인이 구해졌다.  불안한 하루를 보낸 작은딸은 간병인과 인수인계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다. 그때 여동생에게 줄 물건을 챙겨 온 큰딸과 큰딸의 남편이 밖으로 나온 작은딸을 발견했고 고생한 동생을 차에 태워 귀가시켰다.

작은 딸은 보건소에 들러서, 결과는 하루 뒤에 나온다는 pcr검사를 했다.

(병원에서는 퇴원 시 환자나 보호자의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는다)


7일, 모두 음성.

작은 딸의 pcr결과가 음성이었다. 큰아들의 동거인 그의 아내도 병원에서 받은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이었다.

작은딸은 불면과 너무 힘든 경험으로 거의 몸살이 난 것 같다고 했다. 며칠 동안 간병과 응급실 -> 좁은 병실 -> 조금 넓은 병실 -> 음압실까지 옮겨 다니는 고생을 했으니 정상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큰아들은 점점 증세가 심해졌는데,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을 찾아서 링거를 맞고 왔다.


8일, 음성이었는데... 작은 딸 확진.

계속 컨디션도 안 좋은 데다 목소리까지 변한 작은딸은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결과 양성... 아버지가 음압실에서 나오시, 담낭염 치료를 위해 작은딸이 다시 간병할 계획을 세워뒀기 때문에 일이 복잡해졌다.

그래도 작은딸의 증상이 많이 심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9일, 큰딸이...

큰딸은 몇 달 전 다리 수술을 받았다. 아직 다리가 완전히 낫지 않았다.  큰딸은 오빠와 여동생 집으로 반찬을 주문해서 보냈다. 아는 사람이 하는 맛있는 반찬집이라고 했다. 아픈 사람 천지니 잘 먹어야 낫는다고. 근데 큰딸의 목소리에도 힘이 없는 듯했다.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그렇다고 했다.


작은딸이 병원에서 나올 때, 주춤하며 언니 차를 타지 않으려고 했단다. 근데 그렇게 고생하고 초주검이 되어 나오는 동생을 두고 올 언니가 어디 있겠나. 그냥 태웠단다. 큰딸과 큰딸의 남편은 이미 확진되어 완치되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10일, 큰딸은 설사를 하고...

작은딸은 물도 못 삼킬 만큼...


코로나의 종식이 손 끝에 닿을락 말락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든 일이 열흘 사이에 일어났다.
큰 일을 겪으면서
요즘 시대를 사는 사람들과
좀 다른 온도의 가족.

 글로 다 옮기지 못했지만
따뜻한 가족애를 새삼 느꼈고
나는
이 가족 구성원들에게
늘 감동받는다.

아!

저는 쩌~어~기 아주 잠깐 등장했던 큰아들의 아내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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