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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키 Aug 16. 2022

소중한 내 소년들 잠시 안녕

이건 탈덕이 아니라 휴덕인거야


2년 전 노동자의 날. 남편이 아닌 다른 소년들에게 마음이 동하게 되었다.


당시 징검다리 연휴로 연차를 써서 쉬는 사람들도 많고 하늘길도 막히지 않았던 상황이라 여행을 계획할까도 했지만 그 당시 바빴던 남편으로 인해 그저 집에서 쉬고 빨간창의 세계에 빠져 이것 저것을 둘러보고 있었다. 알고리즘이 안내해준 세계는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어느새 진정성있는 가사를 퍼포먼스에 녹여 전세계를 누비는 젊은 소년들을 해가 질 때까지 보고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아니 이게 무슨일일가? '덕통사고'라는 것이 나에게도 일어나게 되었다.


소싯적 드림콘서트에서 풍선을 흔들었던 경력이 있었기에 든든한 경제력이 뒷받침하는 덕질은 정말 달콤하였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통장잔고와 맞바꾼 것이지만.


콘서트를 참석한다는 목적만을 가지고 결혼기념일 전주에 출국을 하기도 하고 '올콘_모든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을 위해 남편 친구들을 동원하기도 하였다. 새삼 남편에게 고맙네.


2년의 시간동안 그들은 나에게 20여개의 DVD와 블루레이, 포토북, 모든 앨범, 여러 버젼의 응원봉, 브랜드 협업 굿즈, 캐릭터 인형들 거기에 110인치의 빔 스크린과 각종 플레이어 등을 남겨주었다. 물론 소중한 추억들도 말이다. 


어렴풋이 여긴 아기가 생기면 아기방으로 써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덕질방이 되어버렸다. 임신한 무거운 몸으로 방 한가득 채웠던 물건들을 비워내니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이건 '탈덕'이 아닌 '휴덕'인거야.


혹시 모르지 모태덕후가 태어날지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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