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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키 Apr 05. 2021

생각보다 신속하게

엄마연습생 데뷔조 입성...!

바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언제나 피곤하다. 그래서 그냥 나도 피곤한 줄 알았다.


450km 거리의 시댁을 남편과 적절히 나눠서 운전해서 그런가

평소처럼 직장에서 가벼운 노동을 할 일이 있었는데 그냥 전날 장거리를 운전해서 그런가

8시 30분에 잠이 오는 게 내가 한 살 한 살 다르다는 것을 이렇게 깨닫는구나

먹는 낙으로 살아가는 사람인데 입맛이 자꾸 없어져서 

아 그냥 피곤하구나 했는데 테스트기에 두 줄이 나왔다.


얼떨떨한 마음으로 남편에게 얘기하니 남편은 놀라 반문하였고 다음날 아침에 확인했을 때도 역시나 두 줄이었다. 믿을 수가 없어서 매일매일 반복했다.


그 주 금요일 반차를 쓰고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로 쌀알만 한 아기집을 보니 정말 임신을 했구나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4-5주라고 한다.

남편은 산부인과를 빠져나오자마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주책맞게 엉엉 울어서 눈물이 나오려다 쏙 들어갔다. 하지만 내심 기뻤다. 진심으로 이 사람이 아기를 기다렸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결혼 4년 반 만에 생긴 아이라 부모님들께서 너무나 기쁘게 소식을 받아들이셨다. 엄마는 임신을 밝히자 바로 '내가 어쩐지 꿈을 꿨는데' 라며 태몽도 알려주셨다. 


두 번째 숙제만에 정말 감사하게도 찰떡이를 만나게 되었다. (태명도 고심 끝에 지었다. 어렵다 어려워.)

운이 좋은 엄마준비생은 데뷔를 위해 맘카페를 밤낮으로 들락거리며 정보를 습득하는 중이다. 뭘 먹기 전에는 초록창에 '임산부 000'을 검색하며 먹어도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좋다는 음식들과 영양제를 서칭 한다.(그리고 산다.) 생활습관들도 관리 중이다. 급한 성격으로 뛰고 싶은 성미를 꾹꾹 참으며 조심조심 걷고 운전할 때 방지턱도 사뿐히 넘으려 노력한다. 가슴이 찌릿하고 배가 당기고 입덧 증상이 있으면 아기가 건강하구나 생각이 들며 안심이 된다. 


12주 안정기 전까지 국가가 권장하는 2시간 단축근무를 신청하고 직장 동료에게도 임밍아웃을 하고 나니 제법 어엿한 임산부가 된 기분이다. 아직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배이지만 괜히 한 번씩 쓰다듬게 된다.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온 기쁜 소식에 감사하며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잘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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