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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프 Oct 07. 2021

연봉 8,300만원 받는 택배기사

택배 산업 관련 기사를 읽고.

얼마 전 인터넷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보았다.


CJ대한통운에서 발표한  기사

기사에 따르면,최근 택배업 지원하는 젊은 연령층이 많다고 한다. 인터뷰를 한 현직 택배기사들은 직장인처럼 상하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고, 또래에 비해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기사 본문에선 MZ세대 택배기사들의 공제전 월평균 수입이 694만원(연평균 8,238만원)으로, 19년 임금근로 일자리 월평균 소득 309만원(연평균 3,708만원)에 비해 2배 이상 웃도는 금액이라고 밝혔다.


"아, 나도 택배기사나 해야겠다. 돈도 훨씬 많이 주네!"


지나가며 기사를 본 동료 A가 무심하게 한 마디 던지고 간다. 헌데 A는 그 아래 기사 제목까진 미처 보지 못한 듯하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서 발표한 기사

전혀 상반된 내용의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정확하게는 윗 기사에 대한 반박 기사로 보는 것이 맞겠다.


누군가는 택배노동자들에 대한 임금과 처우가 대폭 개선되었다고 열심히 홍보를 하는 반면, 아직까지도 열악한 택배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과 처우개선을 요청하는 누군가 또한 있다.


진실은 하나라도, 그 진실을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법이다. 그럼 우리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수입과 소득은 다르다

위 내용을 읽다가 이상함을 느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바로 1번 기사 본문 중 평균 수입에 대한 부분.

본문 내용을 천천히 읽어보면 택배기사는 연평균 수입을, 임금근로자는 연평균 소득을 비교해 놓았다.


수입소득의 차이는 무엇일까? 쉽게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ㅁ 수입 = 총매출  
ㅁ 소득(순수익) = 총매출-비용

수입이란 말 그대로 벌어드린 돈의 총합을, 소득이란 수입에서 각종 비용을 제하고 남은 순수익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각종 비용이라 함은 수입을 만들기 위해 지출된 비용들을 말하는데, 택배기사의 경우 택배 수수료 및 유류비, 보험료 등이 있겠고, 임금근로자의 경우 각종 세금을 들 수 있겠다.


이는 글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분명 혼선을 일으킬 수 있을만한 내용이다. 올바른 해석을 위해선 택배기사의 월평균 수입액을 소득액으로 바꿔보면 될 것이다.


자료에 대한 검증은 해보아야겠으나, 지난해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에서 발표한 택배기사의 소득은 아래와 같다.

출처: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_실태조사 토론회

위 표에 따르면, 택배기사는 월평균 수입은 약 458만원 이고 3~8번 비용 항목을 제할 경우, 월평균 소득은 약 234만원 으로 계산할 수 있다. 물론 언급했다시피 해당 자료 역시 검증이 필요하고, 기사 개개인마다의 편차도 클 것이기 때문에 100% 정확한 자료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자료의 부정확성을 고려하더라도 월평균 수입 694만원 과 월평균 소득 234만원 이라는 단어가 주는 간극은 상당하다. 헌데 여기서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있다. 바로, 근로시간 이다.


사업자와 노동자의 차이, 근로시간

사업자와 노동자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단연 임금을 주느냐 혹은 받느냐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사업자는 사업의 수익을 갖지만, 노동자는 노동에 대한 임금을 받는다.

택배기사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이다. 때문에 일한 만큼 벌 수 있지만, 벌려면 일을 해야 한다. 사업자이면서 동시에 노동자와 같은 성격도 띠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여타 플랫폼 노동자들이 그렇듯, 택배기사들 역시 이 애매한 차이를 인정받기 위해 많은 시위와 쟁의를 하고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택배기사들은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주 52시간 등 순수 근로자를 위한 법테두리에서 다소 변두리에 위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대책위에서는 택배기사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을 71.3시간으로 발표했다.

출처: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_실태조사 토론회

물론, 택배기사들은 본인이 처리한 '물량' 만큼 수입을 얻기 때문에 시간으로 구분을 하는 것이 다소 어패일 수 있지만, 애초에 위와 같은 '시간'이 투입되지 않으면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수입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대책위의 입장이다.


이 근로시간이라는 변수를 포함시켜 계산을 해보자면, 주당 7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순소득이 약 274만원은 되어야 최저임금 기준치를 맞춘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앞서 계산한 234만원을 기준으로 하면 근로시간 대비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이쯤 되니, 하나의 진실을 가지고 전혀 다른 해석을 가진 두 기사가 나오게 된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가장 성장한 산업 중 하나가 물류, 그중에서도 택배산업이다. 헌데 아직까지도 그 성장 속도가 여타 신생 산업과 비교를 하더라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니 가히 놀랍다.


가장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은 산업의 성장 속도에 비해 제도와 인프라가 따라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보완책인 제도와 인프라는 산업의 성장 속도를 앞지를 수 없다. 그렇다면, 성장하는 혁신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나는 산업을 구성하는 구성원 간의 이해협조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실제적인 이해와 배려가 없는 논의는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와 실체 없는 갈등만 더욱 조장한다.


그럼 나 역시 이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의 한 명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A부터 불러서 단단히 이야기해줘야겠다. 택배기사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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