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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꽃 Jul 22. 2021

발칙한 출근길

시간도 세상도 급한 급류 속에서 흘러가는 듯 출근을 준비하는 아침


아, 하나의 알람을 미루고 살짝 졸아 나를 강제로 조급함의 급류에 떠민 것도 사실이고

지난 밤 빨리자야지 빨리자야지 했지만 폰을 붙들다 늦게 잠든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말을 안 듣던 늦은 밤의 내 과오를 늦은 아침의 초인적인 내가 업보를 수행한다

한 손엔 칫솔을 한 손엔 머리 감기를 아침의 메인 과제 중 하나를 한 번에 끝내버리고

머리 손질을 마치고 이런 꽤 발생한 듯 있는 상황에 멀쩡한 척하는 거울 속의 내가 내심 웃기기도 하면서 대견하다.


덥기는 덥지만, 하늘은 예쁜 이미 하는 중천까지 올라 햇볕이 따사로운 출근길

차는 충분히 덥혀져 있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인지하지도 못한 채 반년이 훌쩍 지나 한여름이다.

아, 여름이었다..


조금은 널럴해진 구간들이 있어 이제 모든 학교는 방학했구나 생각하다 이러다 곧 수능 본다고 하겠다 까지 닿는다. 


큰 대로에 들어서자 아침 급류의 기운 덕일까 트래픽의 흐름도 오늘은 잘 풀려주는 느낌이다.

과속 카메라 속도 구간은 왜 이렇게 낮아진 건지, 속도를 줄이다 돌연 

과속카메라에 V 포즈를 보내준다

그러곤 누가 보지는 않았을지 혼자밖에 없는 이 조그마한 공간 속 부끄러움을 채웠다가

이내 응큼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깔깔대자 절로 조그마한 공간이 활기로 가득 찬다

이제는 제목도 내용도 잘 기억 나질 않는 어느 오래된 영화 속 주인공이

과속카메라에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장면이 오버랩되며 몽실한 마음과 잔잔한 웃음이 지어진다


좋은 아침이다, 즐거운 하루가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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