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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산홍 Dec 27. 2022

숨을 자리가 필요했었어


일에 등 떠밀려서 살았었던 적이 있었어. 

수없이 날아오는 공을 향해 미친 듯이 

라켓을 휘둘러대는 것처럼 살고 있었지. 

운 좋게도 그 많은 공들을 다 쳐내면서 살 수 있었지.

내가 잘 해내고 있다고 난 항상 생각했었지.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던 시절을 보내면서도 

가끔씩은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그 어딘가로 떠나서 

며칠쯤 숨어있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었지. 

그러다가 숨을 자리를 찾을 필요도 없이 

등 떠밀던 모든 일들이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어, 거짓말처럼. 

그제야 알게 되었지. 

그동안 내가 잘 해내고 있었다는 생각은 커다란 착각이었다고. 

잘 짜인 각본처럼 내 인생은 스스로 잘 굴러가고 있었던 거야. 

날 향해서 날아오던 공들은 내게 도달하기도 전에 

다시 돌아갈 공들이었다고. 

난 뻐기면서 라켓만 휘두르고 있었다는 것을, 

숨을 자리가 필요 없어진 지금에야 알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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