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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윤 Jul 23. 2021

알에서 태어난 아이 #1


아름다운 꿈이었다. 얼마나 긴 꿈을 꾸었는지 눈을 떠 보니 창밖의 계절이 바뀌어 있었다. 먹지도 않고, 몸을 뒤척이지도 않고, 길 고양이의 안부도 받지 않은 채 잠이 든 나에게서 비밀의 정원 속 마르지 않은 잉크 향이 전해졌으면 했다.


어떤 노래는 허공에 뿌려진 후 누워있던 몸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나비로 환생하여 무지갯빛 감돌고 있던 알을 품었다. 나의 날갯짓으로, 대지의 아지랑이와 달의 중력으로, 여섯 개의 별들의 속삭임으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울고 싶었다. 선계의 어떤 심술궂은 늙은이가 알을 옮겨놓았는지 가서 따지고 싶었다. 천진난만한 아이를 이곳에 보내어 세상을 바꾸려는 건지 아이를 바꾸려는 건지 묻고 싶었다.


함께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니 그 아이가 온 이유는 나의 삶을 바꾸기 위함이었다. 나비의 남은 삶을 버리고 이전의 나로 돌아왔다.


세상은 아이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곳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할 수 없었던 영혼의 다름이 있을 뿐이다.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구름에게 이름이 없는 것처럼, 파도에게 이름이 없는 것처럼 그냥 두어도 좋지만 말이다. 아이에게 이름을 불렀을 때 태어나 처음으로 웃음을 배웠다. 그 웃음소리가 좋았는지 자신의 웃음소리를 듣고 또 웃었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메아리처럼 그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비의 날개가 있던 곳에서 가벼운 현기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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