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10년 후 사탕수수 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만날까요. 사탕수수 밭을 가로지르는 철로 위로 기차가 지날 즈음에 만나는 걸로 해요. 기차가 지나가 버린다면 우린 만나지 않는 걸로 해요.
3일에 한 번 기차가 지나간다죠. 그러니 우리 3일 전에 만나서 사랑을 나누기로 해요. 우린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반가워하거나 눈물을 흘려서는 안 돼요. 다만, 노을처럼 황홀하게, 아침 여명이 비추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을 해주세요. 행복하여 당신의 목에 매달린 난 깜빡이는 새의 눈을 가져와 당신의 이름을 속삭이겠어요.
며칠이 지난 후 당신은 당혹감에 휩싸여 말하겠죠. 기차가 지나갔노라고.
아, 안되겠어요. 우리 만나지 않기로 해요. 당신은 10년 후 기차가 지나는 사탕수수밭을 수소문해 찾겠지요. 당신 앞을 지나는 내게 기차 시간을 물어보겠죠. 나는 하루 늦은 시간을 말할 테니까요. 하하하. 당혹해하는 그날의 표정을 지금 봤으니 우리 만나지 않아도 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