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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May 17. 2022

개발자를 꿈꾸는 비전공자에게

비전공자도 정말 개발자가 될 수 있는 게 맞나요?

0. 들어가며

좋은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례해서, 개발자에 대한 처우 또한 가파르게 우상향 중입니다. 그에 따라 개발자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시장을 향해 쏟아지는 엄청난 관심이 하루가 다르게 커져가는걸 피부로 느끼는 요즘입니다.


방증으로, 근 몇 달 사이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습니다.


비전공인 저도 개발자가 될 수 있나요?


프로그래밍 분야는 컴퓨터공학이나 전산학 전공자들만의 성역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래서, 비전공자도 시장의 기회에 편승하는 게 가능할지 궁금할 만도 합니다. 기회를 놓칠세라, 여러 개발 교육 업체들은 '비전공자도 개발자로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로 사람들을 후킹 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 방식입니다. 그것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서, 비전공으로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의 마음은 동하게 됩니다. 결국, 지갑을 열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 중 대부분은 개발자가 되는데 실패합니다. '비전공자도 개발자로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메시지는 그 순간 거짓이 돼버리는 것이죠. 하도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비전공자도 정말 개발자가 될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도 회색 지대를 표류 중입니다.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사용하는 교육 업체들은 그들 스스로 그 메시지에 대한 책임을 다할 만큼 성공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현직 개발자, 기업 관계자 등등 여러 사람들과 이 주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답변의 방향과 내용이 다 제각각입니다. 모두 다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는 중인 것이죠. 그리고, 저 또한 저만의 시선으로 이 문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한 명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제가 가지고 있는 시선에 대해 정리해본 아주 주관적인 글입니다.


제 생각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저, 하도 떠다니는 말들이 많은 상황에서 정보의 불균형으로 불이익을 받는 분들이 생기는 것이 안타까워 뭐라도 적어보자고 쓴 글이니, 좀 다른 견해가 있으시더라도 그러려니 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나요?

두괄식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비전공자 출신의 개발자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만나게 된 수많은 개발자 분들은 비전공자셨고, 심지어 수학이나 과학과 담쌓고 사셨던 인문계열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는 통계적으로만 봐도 너무 타당한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에 컴퓨터공학 관련 학과가 개설된 대학의 수는 약 200개 정도입니다. 각 학교에서 컴퓨터공학 유관 전공의 신입생을 매년 50명씩 뽑는다고 가정하면, 한 해에 관련 전공을 이수하고 졸업까지 하는 학생은 약 10,000명 정도 되겠지요.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유관 학과를 전공한 사람들, 특성화고 졸업 후 바로 개발자로 취업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여 셈을 해보더라도, 1년에 컴퓨터공학과 관련된 전공을 졸업하는 사람들은 약 20,00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그중에 약 65%(2020년 발표된 컴퓨터공학과 취업률) 정도가 취업을 한다고 했을 때, 유관 전공 졸업 후 개발자로 취업하는 인력은 1년에 13,500명 정도 될 테고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에서 1년에 뽑는 개발 관련 직무의 인력 TO는 총 몇 명이나 될까요? 우리나라에 있는 회사의 총개수가 약 680만 개가 된다고 하는데, 그중에 단 0.5%의 회사에서 1년에 1명의 신입 개발자를 뽑는다고 하더라도 매년 발생되는 신입 개발자의 TO는 34,000개가 됩니다. 13,500명의 유관 전공생들만으로 이 인력 TO를 충당하기는 턱없이 부족하죠.


결국, 산업의 구조와 IT 교육 인프라의 현황으로 봤을 때, 필연적으로 전공생만을 가지고 모든 개발자 인력 수요를 감당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비전공자 분들에게도 기회는 있는 것이죠.



2. 비전공자는 더 좋은 회사에 가기 어렵지 않나요?

하지만, 위의 추론처럼 전국에 있는 회사들의 총개수만 가지고 개발자 인력 TO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개발자 열풍 상황의 핵심은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복지의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욕망의 투영입니다. 그러니,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저도 개발자가 돼서 신입 연봉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가 되겠죠.


개발자를 필요로 하는 회사는 정말 많지만, 신입 개발자 초봉을 5,000만 원까지 맞춰줄 수 있는 회사는 아직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습니다(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 결국, 그런 회사들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을수록 취업문은 좁아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질문을 달리 해봐야겠네요. '비전공자도 신입 연봉 5,000만 원인 회사에 들어갈 수 있나요?'. 이 부분에서는 의견이 더 크게 갈릴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 대답은 같습니다. '네, 가능합니다'. 비전공자 분들도 좋은 처우와 복지의 회사에서 개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좋은 일자리일수록 취업문은 비례해서 좁아지니, 당연히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취업이 되는 게 더 힘들어지긴 하겠죠. 하지만, 그것이 '전공자면 더 유리하고, 비전공자에게는 불리하다'는 사실을 내포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인식이 왜 생겼을지 생각해보면, 과거에 전통적인 대기업들의 채용 절차들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인서울 4년제, SKY 학력이 아닌 서류들은 보지도 않고 걸렀다는 풍문과, 실제 눈물 머금은 실패 사례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면서, 개발자 채용 시장에서도 '내 서류에 비전공이라는 게 들어가 있으면 뭔가 더 불리하지 않을까'라는 편견이 생긴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지원자가 컴퓨터공학과든, 철학과든, 경영학과든,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처우와 복지가 더 좋은 기업일수록 서류는 블라인드 전형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는, 그 사람의 출신을 보고 사람을 미리 판단하거나, 예단하여 탈락시키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좋은 개발자를 모셔가려는 기업들에게 있어서 전공 유무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3. 질문이 잘못됐습니다.

다만, 중요한 게 한 가지 있습니다. '실력'입니다. 아무리 전공자여도 실력이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준치에 미달하면 탈락이고, 비전공자이지만 개발 실력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더 압도적이면 무조건 합격입니다.


이는 학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굉장히 좋은 모 IT 기업의 개발팀에는 20대 초반인 분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 보통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개발자가 되신 분들인 경우인데, 대개는 그런 어린 개발자 분들의 퍼포먼스가 웬만한 대졸 인서울 컴퓨터공학과 출신 개발자분들 이상이라고 합니다. 정말 개발을 잘하는 분들은 좋은 대학, 좋은 학벌, 유관 학과 등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 그들 고유의 특성이 있는 거 같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봤을 때, 지금 시장에 너무나도 많이 성행하고 있는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은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말 던져야 할 물음은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나요?'가 아니라, '저도 개발을 잘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어야 합니다.


전공인지 비전공인지라는 이분법으로 개발자가 될 가능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그보다는, 개발 학습에 자신이 적합한 사람인지에 대해 개인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생각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개발을 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인지, 그들에게는 어떤 특징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내가 그런 사람인지를 고민해보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또한, 목표를 바르게 해야 합니다. 좋은 기업에 채용이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개발을 굉장히 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일 뿐입니다. 때문에, '개발자가 되는 법'이 아니라, '개발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가?'를 궁금해하셔야 합니다. 물론, 이는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굉장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보편적으로 개발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성들이 몇 가지는 일관되게 있긴 한 거 같습니다. 관련된 해외의 연구들이나 논문들도 많이 있고요(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4. 마치며

비전공이지만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실제로, 더 나은 직무와 환경에 대한 열망으로 쉽지 않은 학습의 길에 돌입하신 분들을 보면 저 또한 많은 도전을 받게 됩니다. 이 세상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든 분들을 정말 존경합니다.


다만, 그 도전을 위해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만큼 더 신중하게 고민하셨으면 합니다. '비전공자도 개발자가 될 수 있나요?'라는 추상적인 물음에 '저희 교육을 들으면 개발자 취업 가능합니다!'라고 두루뭉술한 꿈을 파는 곳으로 쉽게 현혹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생각의 주도권을 잡고 여러 정보를 찾아보셔야 합니다.


몇 가지 실제적으로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셨으면 하는 질문들을 적어보며 글을 마치려 합니다.


개발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과연 개발을 잘할 수 있는 적성과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개발자가 되고 싶은 것일까? 힘들고 어려운 학습의 과정을 견디면서까지 개발자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애매하고 추상적인 질문들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도, 고민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러한 고민들 통해서 자신만의 답을 정의해보시고, 그다음에 공부를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길고 지루한 레이스 한가운데에서도 갈피를 잃지 않고 꾸준히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목표를 향해 잘 달려가실 수 있을 테니까요.


이렇다 할 정답은 없이 여러 물음과 문제만 두서없이 제기해놓은 글이 된 거 같네요. 그래도, 별다른 고민 없이 '나도 개발이나 한 번 해볼까?'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에게, 그래도 한 번쯤 '이 길이 진짜 맞나'를 스스로 고민하게 해 보는 계기 정도는 됐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기회가 될 때마다 개발자를 꿈꾸시는 분들에게 조금은 더 현실적이고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해 드리도록 글을 꾸준히 써보겠습니다.


개발자의 삶을 꿈꾸시는 모든 분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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