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은 이렇게나 많은데, 뽑을 사람은 왜 없는 거죠?
개발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오가며 만나는 개발자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예외 없이 나오는 말입니다. 중요 개발 프로젝트에 당장 투입할 인력이 없는데, 채용을 하려니 뽑을 사람도 도저히 없다는 겁니다. 손은 부족해 죽겠는데, 들어와야 할 개발자는 채용이 안되니, 오죽 답답하실까 싶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참 이상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제 주변에는 개발자가 되고 싶은 데 갈 회사가 없다고 울상인 취업준비생 분들도 정말 많거든요. 자기는 어떤 회사든 가서 커리어를 시작해보고 싶은데, 원서를 100개씩 써도 뽑아주는 회사가 없다는 겁니다. 제가 기획하는 IT 교육을 수강하고 계신 대다수의 분들이 이런 상황입니다. 그런 분들의 취업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 마음이 참 딱합니다. 얼마나 절박하게 취업을 준비하고 계신지 알기에 마음이 더 편치 않은 거 같습니다.
한쪽에서는 뽑을 개발자가 없다고 난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뽑아주는 회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중간에서 양쪽 입장을 듣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어쩜 이렇게 서로가 다른 세상에 살아가고 있을까요. 개발자를 구하는 회사와 구직자 사이의 미스매치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정말 많이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사실 답은 쉽습니다. 양쪽 다 바라는 게 많아서 그렇습니다. 회사는 더 실력 있고 준비된 구직자를 원하고, 구직자는 더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 좋은 성장환경이 갖춰진 회사를 바랍니다. 양쪽 모두가 각자의 바(Bar)를 한껏 높이다 보니, 어느 한쪽도 쉬이 만족할 조건을 찾기가 힘든 겁니다.
아래는 그동안 제가 들어왔던 이런저런 얘기들을 바탕으로 회사가 바라는 구직자, 구직자가 바라는 회사에 대해 적어본 내용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회사가 바라는 구직자의 바(Bar)와 구직자가 원하는 회사의 바(Bar)가 현재 이 정도 선에 수렴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약간 과장됐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바라는 구직자
사용하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왜 기술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로직이 분명하며, 컴퓨터 공학적인 지식도 풍부한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문제를 잘 정의할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해낼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개발을 정말 좋아해서, 한 번 문제에 봉착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무섭게 몰입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개발만 잘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인사이트도 있어서 담당하는 서비스의 성장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유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잘할 수 있고, 협업 능력이 출중한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필요한 기술에 대한 지식을 빠르게 학습해서 업무에 문제없이 적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하나의 기능 정도는 책임감 있게 맡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을 해줄 수 있는 개발자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개발자를 구하는 게 너무 힘이 드네요. 그런 개발자가 있다면 얼마를 줘서라도 데려올 텐데 말이죠.
구직자가 바라는 회사
신입 초봉이 4,000만 원은 넘는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알던 친구의 친구는 첫 시작을 5,000만 원으로 했다고 들었어요. 4,000만 원이면 그렇게 크게 바라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성장 환경이 좋은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주니어의 성장을 든든하게 책임져주는 좋은 사수, 좋은 시니어 개발자가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조직 내에 서로의 코드를 잘 리뷰해주고, 건강하게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새로 나온 기술에 대해 내부적으로 같이 스터디해가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함께 학습한 기술을 적극적으로 실무에 적용해볼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어요. 교육비, 식대, 건강검진, 기타 복지 포인트 등 개발자의 성장과 편의를 위해 다양한 복지가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어요. 담당하는 서비스는 일정 수준 이상의 트래픽이 꾸준히 나오는 규모 있는 서비스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왕이면 비즈니스 섹터가 제가 흥미를 느낄만한 영역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런 회사를 찾는 게 너무 힘이 드네요. 그런 회사에서 일을 한다면 정말 열심히 할 텐데 말이죠.
누구의 탓을 할 수 없이 양쪽 모두의 입장이 이해가 됩니다. 회사는 당연히 많은 돈을 주고 개발자를 채용하는 만큼 한 명의 개발자로 더 높은 퍼포먼스를 내고 싶어 하겠죠. 갈수록 개발자의 몸값이 높아지니, 한 사람을 뽑더라도 더 역량 있고 회사와 핏이 잘 맞는 사람을 원하는 게 당연합니다. 비싼 몸값을 주고 데려오는 개발자가 회사에서 더 많은 일을 잘 해내 주길 바라는 건 잘못된 게 아니죠.
반대로, 구직자들도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 괜찮은 성장 환경을 원하는 게 당연합니다. 특히, 빠르게 이직을 하며 몸값을 계속 높여가야 하는 개발자 문화에서 성장 환경이 좋지 않은 회사에 묶여있는 건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성장이 더뎌진다'는 게 개발자 문화에서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해한다면, 더 좋은 환경에서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구직자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도의 문제입니다. 채용을 하는 회사는 내부에서 바라는 구직자의 수준이 너무 높은 허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구직자들도 자신의 개발 역량과 수준에 대해 최대한 철저하게 객관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내가 원하는 100%를 모두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는 걸 서로가 인정하고, 양쪽 모두 다 80% 정도에서 양보를 하는 자세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물론 너무 이상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채용 담당자와 구직자 사이에서 열심히 중재를 하며 개발자 취업의 문제를 해결해가고 있는 입장에서 답답한 마음이 들어 글이라도 한 번 적어봤습니다. 양쪽 다 양보하지 않으면, 채용 시장의 자가당착적 문제는 절대로 쉽게 해결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한 가지 문제를 더 제기하고 싶습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개발자 채용 시장의 문제는 실무에 바로 투입 가능한 인력을 길러내기 위한 좋은 SW 교육의 부재가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기업에서는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갖춘 구직자를 원하는데, 그 정도의 개발 역량을 쌓고 싶은 구직자들이 받을 교육은 마땅치 않습니다. 대학교의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가는 거 말고, 회사가 원하는 정도의 SW 역량을 갖추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개발자가 되길 꿈꾸는 많은 분들은 현업에 가서나 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개발 경험을 과연 어떤 교육 기관을 통해 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개발자를 양성해주는 교육 기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사실,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미 기업들의 개발자 수요는 계속 늘어나면서, 전국 대학에 있는 컴퓨터공학 졸업생의 숫자를 초과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많은 수의 개발자 채용 자리를 충당하기 위한 인력을 제대로 양성해주는 대안적 교육 기관은 없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비전공자들은 혼자서 인강을 보면서 공부하거나, 성장을 도와줄 스터디들을 찾아가며 힘들게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요구, 구직자들의 바람이 모두 다 만족스럽게 충족되기 위해서 본질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좋은 개발자를 양성하는 교육의 기회가 우리 사회에는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기업이 기대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개발자가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통해 더 많이 길러질 수 있다면 개발자를 채용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또, 구직을 하는 사람들 또한 본인의 직무 역량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으니 본인이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가능성을 조금 더 높일 수 있겠지요. 그렇게 교육을 통해 양쪽의 필요가 조금씩 채워지다 보면 지금과 같은 개발자 열풍 현상도 조금은 완화가 되지 않을까요.
더 좋은 개발자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공공ᐧ민간 가릴 것 없이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해가는데, 언제까지 교육은 정체되어 있을 수 없습니다. 부디, 세상의 변화 속도에 발맞춰 함께 혁신할 수 있는 SW 교육 인프라가 갖춰졌으면 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좀 더 좋은 답을 하루속히 찾아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