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 마케터로 지낸 나의 10년을 돌아보며
작년 6월로써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만 10년을 찍었다. 3년, 6년, 9년의 고비를 지나 만 10년이라는 마의 숫자가 내 인생에 기록될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함께 일해오며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던 대선배들에 바하면, 불과 10년 밖에 안되는 시간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 인생에 포함될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꾸준함의 영역이기에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생각하며 지금의 생각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혹시 다가오는 20년이라는 예상치 못한 기록이 또 남겨질 수도 있으니깐.
지난 시간동안 무엇을 어떻게 이루었다는 기록보다는 마케터라는 타이틀로 10년이란 쉼 없는 시간을 달려온 지금의 내가 2009년의 나에 비해 어떻게 달라졌는지 곱씹어 보려고 한다.
꾸준한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는,
1) 새로운 일, 예상치 못한 혹은 생각지 못한 사건이라는게 많이 없다.
2) “숫자”가 갖는 힘을 무시하지 못하기에, 그 어떤 노력과 어려움 역시 어느 정도는 숫자로 증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향력 역시 어느 정도는 숫자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3) Status Quo에 대한 편함과 불편함이 공존한다. 빠르진 않더라도 늘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더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낀다.
4) 일의 양보다는 그 방향이 내 가치관과 일치하지 않거나, 불명확한 것이 일상의 괴로움에 더 크게 기여한다.
5) 바짝 올랐다 언젠가는 꺼질 수도 있는 맷집, 깡, 의지 다 좋지만, 무엇보다 체력과 지속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6) 나의 일과 나의 행복은 일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일치시키려하면 할수록 나 스스로와 주변의 많은 사람을 괴롭게 한다.
반면 10년 전 한껏 프로가 될 꿈에 부풀었던 나는,
1) 새로운 프로젝트, 국가, 제품의 경험이 실력을 쌓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장의 환경에서 반복을 통해 쌓는 경험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갈구함이 컸다.
2) 나의 업무에서 강조되는 숫자는 너무 무미 건조하기에, 감성과 텍스트로 대변되는 나의 강점이 남들과는 다른 영향력을 더 미칠 수 있을것이라 믿었다.
3) 새로운 시도/개선이 필요선이라고 믿었기에 기존의 관습에 대한 도전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4) 내 역량보다 넘치게 주어지는 일의 양이 어느 정도 나의 능력을 대변하는게 아닐까 생각했고, 그로 인해 많은 양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끔 나를 지나치게 채찍질 했다.
5) 나 정도의 깡과 맷집이면 웬만한 사람들은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6) 나의 일에서 성취가 늘어갈수록 보람이 늘어가고, 그것이 곧 행복을 느끼게 해줄것이라 믿었다.
지금 보니 난 참 많이 달라졌다. 최근 연락이 닿은 10년전 꼬꼬마 시절의 나를 아는 선배들은 종종 "요즘 너 같은 후배가 없어 불편하다"고 코멘트한다. "불편"을 주지 않는 "후배"로 기억되는 나는 과연 10년 전 어떻게 일을 했던걸까?
무엇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프로가 될 수 있다는 그 선입견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10년이 지난 지금, 내가 바라보는 나는 강점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지만 누구에게나 다른 모양으로 있는 나만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에도 힘을 매우 쏟고 있다. 그래도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점은 "10년이라는 꾸준함"과 그래도 "한 걸음 성장/성숙"하는 과정에 내가 보이는 것이다.
앞으로의 10년 뒤, 2030년에 20년을 일한 나는 어떤 마케터일지, 혹은 다른 직업인일지 꼭 기록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