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품마 Aug 10. 2022

인생 강제 휴가가 시작된 날의 기록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2022년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며, 대단한 New Year's resolution까진 아니어도 세 가지 다짐을 했었다.


하나, 큰 꿈/목표/계획의 달성보단, 하루 하루 충실하게 행복하게 살아낼 결정을 할 것.

둘, 어떤 상황/변화가 닥치더라도 적응하는 것도 좋지만, 안 겪어도 될 변화를 구분할 분별력을 기를 것

셋, 몸과 마음이 편한것을 최우선으로 의사결정 할 것.


하지만, 이런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 난 2022년 1월 25일을 기점으로 내 인생 강제 휴가를 당하게 됐다.


휴가를 당하게 된 상황의 전말은 이렇다.


건강검진

2년만의 한국행에 최우선순위 To-do list에 있던 건강검진을 무사히 마쳤고 (Thanks to 남편회사),

검진 당일에는 대체로 무난한 검진결과를 브리핑 받고,

건강검진 이래 처음으로 받아 본 "스트레스 지수 정상"에 한참 취해 '아 역시 해외생활이 나한테 맞나봄!'

생각하던 중 받은 최종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수 년간 추적검사 해오던 결절의 사이즈 변화가 눈에 띄었고, 꾸준히 같은 병원에서 검진을 했던 터인지 처음으로 '조직검사 강권' 소견이 있었다.


설마?! 세침검사 & 조직검사

얼마간의 한국 재택근무와 나라를 세 번 옮긴 엄청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2주간의 휴가를 알차게 보내고 휴가 마지막 날, 혹시 모르니 확실히 해두자는 차원에서 세침검사 및 조직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부분 마취로 진행되는 검사여서 난 목을 한껏 뒤로 젖히고 초음파 화면을 함께 지켜보게 됐는데,

평소 검진에 비해면 초음파 검사 중 스크린샷 횟수가 셀 수없이 많았고,

검사 중 선생님 미간이 자꾸 찌푸려지는게 은근 찜찜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무사히 검사 완료!


검사 후, 이틀 내로 세침검사로 확인한 세포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고,

별 일 없다면 더 이상 방문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유선상 이상 없음으로 끝난다고 안내 받았고,

혹시 별 일이 있다면 직접 방문이 필요하다고 알려주신다고.

이 합리적이고 스피디한 K-의료시스템에 다시 한 번 감동 받고 검사 후 마음을 편히 먹고 딱 이틀이 지났다.


6단계 소견, 3차 의료기관 의뢰

딱 이틀 후, 예상 범주 내에 없던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을 듣게 되어,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순간 올해 내가 건강하다는 당연한 전제하에 진행 했어야 할 일은 뭐였으며,
당장 내일 뭘 해야하는데 못하게 된 것부터 생각이 시작되었다.


조직 검사 결과, 95% 이상 암 소견입니다. 저희 병원에서 더 이상의 치료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진료의뢰서를 써드릴 테니, 3차 의료기관에 방문하셔서 수술상담을 받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나의 출국은 잠시 보류되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걸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놀란 건 사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과 가족도 함께였다.

놀람은 당황을 동반했고, 당황은 왜 이런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늘 분석하려는 내 성향 상, 무엇이 문제였을까?에 대한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분석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이건 정말 사고니깐.

마치 내가 피해자인 교통사고 같은 것.


이렇게 나의 인생 강제 휴가(Break)가 시작됐다.













작가의 이전글 익숙한듯 익숙하지 않음의 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