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2022년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며, 대단한 New Year's resolution까진 아니어도 세 가지 다짐을 했었다.
하나, 큰 꿈/목표/계획의 달성보단, 하루 하루 충실하게 행복하게 살아낼 결정을 할 것.
둘, 어떤 상황/변화가 닥치더라도 적응하는 것도 좋지만, 안 겪어도 될 변화를 구분할 분별력을 기를 것
셋, 몸과 마음이 편한것을 최우선으로 의사결정 할 것.
하지만, 이런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 난 2022년 1월 25일을 기점으로 내 인생 강제 휴가를 당하게 됐다.
휴가를 당하게 된 상황의 전말은 이렇다.
건강검진
2년만의 한국행에 최우선순위 To-do list에 있던 건강검진을 무사히 마쳤고 (Thanks to 남편회사),
검진 당일에는 대체로 무난한 검진결과를 브리핑 받고,
건강검진 이래 처음으로 받아 본 "스트레스 지수 정상"에 한참 취해 '아 역시 해외생활이 나한테 맞나봄!'
생각하던 중 받은 최종 건강검진 결과지에는 수 년간 추적검사 해오던 결절의 사이즈 변화가 눈에 띄었고, 꾸준히 같은 병원에서 검진을 했던 터인지 처음으로 '조직검사 강권' 소견이 있었다.
설마?! 세침검사 & 조직검사
얼마간의 한국 재택근무와 나라를 세 번 옮긴 엄청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2주간의 휴가를 알차게 보내고 휴가 마지막 날, 혹시 모르니 확실히 해두자는 차원에서 세침검사 및 조직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았다.
부분 마취로 진행되는 검사여서 난 목을 한껏 뒤로 젖히고 초음파 화면을 함께 지켜보게 됐는데,
평소 검진에 비해면 초음파 검사 중 스크린샷 횟수가 셀 수없이 많았고,
검사 중 선생님 미간이 자꾸 찌푸려지는게 은근 찜찜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무사히 검사 완료!
검사 후, 이틀 내로 세침검사로 확인한 세포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고,
별 일 없다면 더 이상 방문이 필요 없기 때문에 유선상 이상 없음으로 끝난다고 안내 받았고,
혹시 별 일이 있다면 직접 방문이 필요하다고 알려주신다고.
이 합리적이고 스피디한 K-의료시스템에 다시 한 번 감동 받고 검사 후 마음을 편히 먹고 딱 이틀이 지났다.
6단계 소견, 3차 의료기관 의뢰
딱 이틀 후, 예상 범주 내에 없던 검사 결과 이상 소견을 듣게 되어,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순간 올해 내가 건강하다는 당연한 전제하에 진행 했어야 할 일은 뭐였으며,
당장 내일 뭘 해야하는데 못하게 된 것부터 생각이 시작되었다.
조직 검사 결과, 95% 이상 암 소견입니다. 저희 병원에서 더 이상의 치료는 진행할 수 없습니다.
진료의뢰서를 써드릴 테니, 3차 의료기관에 방문하셔서 수술상담을 받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나의 출국은 잠시 보류되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걸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갑작스러운 소식으로 놀란 건 사실, 나 뿐만 아니라 내 주변과 가족도 함께였다.
놀람은 당황을 동반했고, 당황은 왜 이런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리고 늘 분석하려는 내 성향 상, 무엇이 문제였을까?에 대한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분석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이건 정말 사고니깐.
마치 내가 피해자인 교통사고 같은 것.
이렇게 나의 인생 강제 휴가(Break)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