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를 질러봤다. 다행히 헬스장의 격한 음악소리 덕분에 몇 초간의 정적을 견디고 잠시 생각이라는 걸 했지만, 입 밖으로 나온 대답은 뻔했다.
"살... 빼려고요."
"아, 네. 다이어트"
물론 내 마음에선 조금 있어보이게 말할 걸 그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하체 불균형이 심해 하체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적절히 병행하여 적정체중으로의 감량과 더불어 체지방은 10%대까지 낮추는 것이 목적입니다.'라고 말이다. 물론 이것 역시 마음의 소리다.
어쨌든 그 뒤로 이어지는 트레이너의 설명은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살찐 여자 한 명이 제 발로 찾아온 것 마냥 기쁨에 차서 다짜고짜 비용 이야기를시작했다. 개인 PT는 1회에 8만 원이며, 최소 3개월은 회원권을 등록했을 때 할인이 가능하다는 등 그저 회비 관련 내용이었다. 하다 못해 몇 시에 오픈을 하고 주말에는 몇 시부터 운영되고 등 아무런 설명도 안내도 없었다.
"설명은 끝... 인가요?"
"네."
'아니, 다른 사람들이 상담을 와도 이렇게 설명해주고 끝이에요? 장사를 하겠다는 겁니까,말겠다는 겁니까. 하다못해 처음 오시는 분들은 최소 열 번 정도는 피티를 받는다는던가, 운영시간이 어떠하다던가 뭐라도 알려주셔야죠!'
세 번째 마음의 소리.
마음으로 목이 터져라 말해본들 무엇하랴. 들리지 않는 트레이너는 어서 돈 내고 등록하시던가, 아니면 다음에 오세요라는태도였다. 가격을 듣고는 토끼눈이 된 나를 보고 등록할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는지 정말 회비 이야기만 해주고는 끝이었다.
이상하리만치 말을 못 한다. 특히나 내가 모르는 분야면 더욱 그렇다. 모르면 물어보면 될 것을. 어디 앞에 나가 발표를 하라면 차라리 그건 낫다. 사람과 1:1 상황에선 머릿속이 하얘지는 기현상을 겪는다. (그래서 낯선 이에게 설명해야 하는 미용실에서의 대화가 그렇게 싫다.) 그러고 나서는 집에 와서 또 다시 마음의 소리로 혼자 한바탕 분함을 토로하며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회사에서는 이 증상이 더욱 심하다. 좋은 게 좋은 거니 굳이 따지고 들지 말 것. 어차피 내가 하게 될 일이면 괜히 한소리해서 미운털 박히고 일 하느니 그냥 하고 말 것. 돈 내라면 내고 갖고 오라는 건 가져다줄 것. 실질은 강요이나 문서상으로 권고라면 끝까지 권고라 믿고 그냥 할 것. 그저 맡긴 일 잘하는 가만히 있는 가마니가 될 것. 이렇게 내 속은 곪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