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자국

자발적 좋은 사람입니다

by 작가 헤르쯔
조용한 게 아니라



학교에 가기 싫었던 그날

나는 평상시보다 늦게 집에서 나왔다


뭉그적 걸이며 걸었지만 막상 학교가 눈앞에 보이니

나도 모르게 다른 아이들처럼

서둘러 뛰기 시작했다.


내 두 볼은 빨갛게 변했고

다행히 지각은 모면했다

나보다 더 늦게 온 몇몇 친구들을 보며

꼴찌는 아니라며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 쾅! "

부서질 듯한 문소리와 함께

"방금 들어간 새끼 누구야!'

조용했던 교실을 순식간에 긴장이 감돌았고

나의 심장은 쾅쾅거렸다.

나는 선생님이 말하는 사람이 나인지 아니면

나보다 더 늦게 온 친구인지 헷갈렸다.


교실 분위기는 점점 싸늘해졌고

선생님의 화난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눈치를 보던 나는 조용히 손을 올렸다.


그러자

선생님은 한 손으로 기다란 막대기를 꽉 움켜쥔 채

무섭고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곧장

내 등위로 그 막대기를 거침없이 내리쳤다.

내등은 둥글게 움츠렸고 무릎 위에 올린 양손은 부들부드들 떨렸다.


나는 일찍 손든 것을 후회하며

나보다 더 늦게 들어온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다른 선생님이 문을 열고 달려와

내 등을 내리치는 몽둥이를 뺏으려 애를 썼다.

"그러다 애 잡아!"

라는 말과 함께 잠시 실랑이를 벌이다

그 영어 선생님은 교실 밖으로 끌려가다시피 나갔다


그제야 나는 내 등에 손을 대고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

.


다음날 교실에서 만난 영어 선생님은

나에게 다가와 상냥한 목소리로

괜찮냐고 물었는데 나는 무섭고 불편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아 조용히 있었는데 그런 나를 선생님은 착한 학생으로 포장했다

그때는 그것을 몰랐기에

약하게 있는 내 모습이 참 비굴해 보였다

그런데 이제와 보니 그때

조용히 있었던 건 착한 마음이 아닌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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