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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Jun 22. 2023

뉴욕, 마이너스로 시작해 플러스로 끝난 첫 날

미드에서 본 뉴욕은 이게 아니었는데?!


뉴욕에 도착했다. 


  워싱턴 D.C에서 차를 몰고 4시간, 쉬는 시간까지 5시간 정도 이동했다. 늘 그랬듯 장거리 운전 후에는 피로를 풀 겸 휴식을 취하고 이튿날부터 투어를 시작했다. 도착 날 저녁만 간단히 사 먹고 들어와서 호텔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잠시 훑어본 뉴욕의 첫인상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타임스퀘어 주변 3블록 정도 되는 곳을 걸었는데 거리가 너무 지저분하고, 블록마다 마약 냄새와 지린내가 진동을 했다. 대마를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해댄다. 몇 블록 지나만 다녔는데 옷에 냄새가 밴 듯한 기분이다. 심지어 호텔방에서도 새벽에 어디선가 자꾸 대마 냄새가 자꾸 들어와서 짜증이 솟구쳤다.


  투어 시작도 전부터 첫인상이 상당히 마이너스였지만, 그래도 아직 제대로 살펴본 것 하나 없으니 최대한 판단은 유보하도록 노력하며 투어에 임했다. 다행히도 플러스 마일리지를 많이 쌓은 뉴욕 여행 첫날의 기록이다.





1. 안젤리나 베이커리 Angelina Bakery & Cafe

   원래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는 편이 아닌지라, 느지막이 일어나 준비를 하노라면 배꼽시계가 사정없이 울려댄다. 아침에 빵과 커피를 먹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금 사는 시골 마을에서는 변변찮은 베이커리가 없어 슬펐다. 한을 풀고자 평점이 높은 카페 겸 베이커리를 찾았다. 숙소에서도 가깝고 크루아상 베이스 빵들을 여러 종류 파는 곳이었다.


   슈크림이 들어간 크루아상과 보스턴 크림빵,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와......! 소리가 나오는 맛이었다. 이런류의 조리빵을 못 먹어본 지 하도 오래돼서 그런지 갓 구워 나온 빵에 크레마 고소한 커피를 먹으니 비로소 도시에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당과 커피가 들어가니 텐션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비로소 여행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






2. 뉴욕 지하철 & 메트로 카드 Metro Card

   로드트립이라 차를 가져갔지만, 맨해튼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일이라 차고에 고이 모셔놓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일주일 패스를 $33에 구입했다. 메트로 카드를 구입하면 일정 기간 동안 무제한으로 타고 다닐 수 있어 편리하다. 듣던 것보다 지하철이 상당히 깔끔하고 팬시해서 의외였다. 조금 더 타고 보니 이 차가 신차였음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모쪼록 대도시는 지하철이 답인 것 같다.







3. 브루클린 브릿지 자전거 투어 Brooklyn Bridge

   지하철을 타고 자전거 대여소로 향했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이어주는 브루클린 브릿지를 자전거로 건너기 위함이다. 서울에서도 따릉이 매니아로 자전거를 워낙 좋아해서 조금 많이 신났다. 도보로도 이 다리를 건널 수 있지만, DC에서 너무 많이 걸어서 바퀴가 절실했다. 모쪼록 기동력이 생기니 기분도 한껏 나고 날도 선선해서 정말 좋았다. 브루클린 브릿지 자전거 투어는 정말 추천이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넘을 때 오르막에서 허벅지가 조금 불나는 것 같은 감은 있지만 기어 조절이 가능해서 한결 수월하다. 무엇보다 다리를 건너서 보는 뉴욕 풍경이 끝내준다. 씩씩하게 자전거를 이끌고 이런 풍경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다는 사실 모든 것에 감사한 순간이었다.







4. 브루클린 아이스크림 팩토리 Brooklyn Ice Cream Factory

  브루클린에 도착해서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수 있어 기동력이 좋았다. 브루클린에서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라고 해서, 딸기맛과 커피 맛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아이스크림이 엄청 진하고 맛있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침이 꼴깍 넘어가니 말이다. 이 가게는 관광객 뿐만 아니라 브루클린의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다 모이는 재미있는 스팟이었다. 어찌나 요란스러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너무 해맑아서 밉지가 않았다.


  아이스크림 가게 앞 노천 좌석에 앉으면 브루클린 다리 초입이 보여 잠시 앉아 풍경을 감상하기도 참 좋다. 도보든 자전거든 길이가 꽤 긴 브루클린 브릿지를 넘어왔다면 조금은 피로할 터. 이곳에서 당 충전을 하기 안성맞춤이다.







5. 줄리아나 피자 Juliana's

  브루클린의 맛집이라고 평이 자자한 줄리아나 피자에 갔다. 식사 시간에 가면 줄이 길다고 해서 일부러 식사 시간에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요기를 하고, 주변 브루클린 브릿지 공원을 자전거로 주욱 둘러보다가 식사 시간을 한참 피해서 갔다. 덕분에 대기 없이 바로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드물게 담백하고 기름기 없는 이탈리아식 화덕 피자였다. 서울에서는 화덕피자집이 워낙 많아서 먹을 대로 먹어본 터라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았다. 담백하고 건강하게 한 끼를 잘 먹은 것에 만족했지만, 왜 그렇게 유명한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줄이 길다면 굳이 시간을 많이 할애할 필요는 없겠다.







6. 덤보 Dumbo

   줄리아나에서 배를 채우고, 자전거를 타고 맨해튼 브릿지 쪽으로 이동을 하던 중 의도치 않게 덤보를 찾았다. 어떤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다들 사진을 찍고 있어서 보니 덤보 포토 스팟이었다. 이곳은 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게 없어서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사선 구도 하나만큼은 인상적이라 할 만했다. 딱 이것 하나만 보러 오기엔 부족하겠지만 브루클린에 온 김에 겸사겸사 들르기에 괜찮다.






7. 허드슨 야드 Hudson Yard

   비교적 생긴지 얼마 안 되는 허드슨 야드에 구경 다녀왔다. 하고 핫한 젊은이들이 여기 다 모여있어 보는 눈이 즐거웠다. 남편 눈도 즐거웠는지 서양 여자 모델을 보고 비율 좋다는 말을 4절을 반복해서 크게 빈축을 샀다는 후문이다. 2절까지만 했다면 참 좋았겠다...!


   현재 저 조형물인 베슬은 올라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 다소 아쉬웠지만 꽤 멋있고 인상적인 건축물이었다. 허드슨 야드 주변에 나와서 볕을 쬐는 직장인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섞여 다채로움을 선사한다. 여름밤에 건축물 뒤편에서 야외 공연도 하는 모양이다. 밤에 나와서 맥주 한잔하면서 공연을 보기에 딱일 것 같다.







8. 타이 레스토랑 줍집 Zoob Zib

    개인적으로 타이 음식 애호가인지라, 뉴욕에서도 타이 음식을 찾아 나섰다. 우연히 찾은 곳인데, 뉴욕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들르는 그런 음식점이었다. 셔츠에 슬랙스를 입은 사람들이 가득가득했다. 크기는 작고 테이블 간격도 좁지만 완연한 만석이었다. 역시나 식사시간을 피해 갔기에, 거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똠얌꿍 누들 수프 매니아라 주문해 보았다. 맛있다. 따뜻한 누들 수프 하나 먹으면 피로가 한층 녹는 기분이다. 팬시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타이 음식을 좋아한다면 추천하는 식당이다.







9.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

   운 좋게 해 질 녘에 딱 맞춰서 야경을 보러 갔더니 석양과 야경을 둘 다 볼 수 있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사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다소 식상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한 번쯤은 가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카고에서도 내려다보는 투어를 했는데 그때는 낮 시간대라 야경과는 느낌이 달랐던 것 같다. 86층에서 보는 석양과 야경은 꽤나 아름다웠다.


   시티패스를 이용해서 들어가면 처음에는 80층에 올라가서 유리창 너머로 야경을 보게 되고, 두 번째로 86층 야외 전망대로 나가서 관람할 수 있다. 추가 비용을 내고 티켓을 구매하면 102층까지 더 올라갈 수 있다. 본 사진은 86층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하루에 아주 많은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니 밤 11시가 다 되었다. 처음 도착한 뉴욕은 시끄럽고, 냄새나고, 더러운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여느 미디어가 그렇듯 늘 아름답고 빛나는 부분이 담기기 마련인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미드에서 봐왔던 뉴욕과는 괴리가 상당해서 당황하며 시작한 뉴욕 여행이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긍정적인 경험을 더해가니 첫 날 투어 끝자락에는 뉴욕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 날은 뉴욕이 또 어떤 경험을 선사할 지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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